올해 들어 베트남 주식시장 VN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했다. 1분기에 9.9% 오르면서 부진했던 지난해 4분기 성적(-12.2%)을 만회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힘이 증시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이 기간 5조2000억동(약 2500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2월에는 2조9000억동이 순유입되면서 증시가 6.0% 올랐다. 명절로 인해 거래일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간 유입액의 55%가 들어온 것이다. 거래량 역시 늘었고 거래금액 기준으로 외국인 비중도 증가했다. 다만 4월 들어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증시는 횡보세다. 외국인 자금의 파급 효과를 재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외국인의 종목 편식
베트남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형주 종목 편식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VN지수 시가총액 상위 50위를 기준으로 지난 2~3월 금융, 필수소비재, 소재, 에너지, 유틸리티 섹터에서는 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반면 헬스케어, 산업재, 부동산, 정보기술(IT) 섹터는 순매도했다. 매수 기조를 유지 중인 금융, 필수소비재, 소재는 1개월 주당순이익(EPS)이 회복 기조를 나타내는 섹터이기도 하다.
외국인이 500억동 이상 순매수한 12개 종목의 앞으로 12개월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치는 17.2배, 500억동 이상 순매도한 13개 종목의 평균은 19.9배다. 금액과 상관없이 순매수한 29개 종목, 순매도한 19개 종목을 보면 각각 14.8배, 16.3배로 나타났다. ‘싼 건 사고 비싼 건 파는’ 패턴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2개월간 VN지수 상위 50개 종목 중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한 27개 종목의 유입 규모는 6조동에 달한다. 종목 장세가 나타나면서 지수 상승은 제한될 수 있다. 패시브 전략의 성과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2018년 이후 VN30 지수(대표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는 VN지수 대비 7%가량 낮게 움직이고 있다. VN지수 전체 시총의 75%를 차지하는 VN30 지수 구성 종목 중 9개(전체 시총의 11% 차지)는 외국인 소유한도(FOL) 소진에 따라 외국인 자금에서 소외되고 있다. 지난 2월 VN30 지수 재조정으로 3개의 은행주가 신규로 편입된 점은 중장기 관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액티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 필수소비재, 소재 섹터가 대표적이다.
MSCI 편입 지속적인 관심 요구
MSCI 지수 이슈는 새로운 증시 수급 재료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베트남이 지난해 6월 발표한 MSCI EM지수(신흥국지수) 편입 및 재검토 종목이 올해 모두 실제 지수에는 포함되지 못했음에도 큰 개선세를 보였다. 올해 재검토 리스트 편입을 위해서는 지난해 10월 초안이 마련된 증권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증권법 개정안이 올해 의회를 최종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증시의 MSCI EM지수 재검토 리스트가 실제 등재되는 시기는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 쿠웨이트 증시는 재검토 리스트에 선정된 이후부터 주가가 올라 한 달간 10% 급등하기도 했다.
더불어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 민영화와 증시 부양 의지가 강하다. 현 시점에서는 단기 성과보다는 내년 이후를 준비하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창민 KB증권 WM스타자문단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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