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OO를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책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매사 성공을 거둔다면 실패란 단어는 무색하기 마련이지만 우리 인생이 어찌 그렇겠는가. 실패를 통해 성공을 얻는 경우가 다반사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나의 이목을 사로잡은 박람회가 열렸다. 그것은 성공이 아닌 실패를 다루는 ‘실패박람회’였다. 실패를 소재로 한 여러 흥미로운 코너가 있었지만 연금술의 재발견에 특히 눈길이 갔다.
연금술은 과거 값싼 물질을 값비싼 금으로 바꾸려고 시도한 인간의 꿈이 담긴 실험이었다. 그래서 도전적이지만 자못 무모한 시도를 빗대 흔히들 연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금술의 무수한 실험을 통해 발견된 화학 물질과 도구는 훗날 화학 발전의 토대가 됐다.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는 소주 위스키 등의 증류주 제조기술, 공업용 염료와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염산 황산 등의 화학물질도 연금술이 빚어낸 선물이다.
실패가 어찌 위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연금술은 화학에서 ‘위대한 실패’로 불려도 아깝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 같은 위대한 실패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세기 10대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3M사의 포스트잇은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우연히 탄생한 상품이다. 개발자는 실패한 발명품이던 포스트잇 접착제를 실패로 묻어두지 않고 메모지와 결합해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사무용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최근 투기 열풍을 불러왔던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역시 미래 화폐 수단으로는 의문이지만 이를 거래하기 위한 보안기술(블록체인)은 여러 산업에 걸쳐 다양한 변화를 불러왔다. 농협도 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금융정보를 더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우수한 농축산물을 유통 단계별로 더 투명하게 관리해 국민에게 건강한 안심 먹거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실패는 성공의 과정이다. 작은 실패들이 모여 성공을 이룬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단 한 번의 성공이 혁신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그동안 실수하지 않고 기존 방식에 만족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실패가 더 두렵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연금술의 재발견처럼 계속된 도전의 결과는 결코 헛되지 않기에 실패를 희망의 씨앗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금도 새로운 연금술을 꿈꾸며 연구소와 실험실에서 수많은 연금술사가 저마다의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당장 성공이 와 닿지는 않아도 내일의 밑거름을 마련하기 위한 그들의 열정과 땀방울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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