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드레먼은 1936년 캐나다 위니펙에서 태어났다. 1965년 미국 월가로 활동무대를 옮겨 큰 성공을 거두고 1977년 ‘드레먼밸류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1989년까지 사장으로 재직한 뒤 회장 겸 최고투자책임자로 펀드를 직접 운용하며 《역발상 투자전략(Contrarian Investment Strategy)》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역발상 투자전략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그는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이 매우 감정적이며 기복이 큰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드레먼은 특히 ‘짧은 시간에 판단을 내리도록 재촉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는 금융시장이 항상 급박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지적한다. 짧은 순간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사람들은 감정에 의존하게 된다.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이 랠리에 동참할 때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이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없다’는 조바심을 느끼며 집단적인 최면에 걸려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블 뒤에는 필연적으로 패닉이 오는데 이때 감정은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우량한 기업을 끈기 있게 보유하면 막대한 수익을 거머쥘 수 있지만, 시장이 패닉에 빠질 때는 그런 게 눈에 보일 리가 없다. 앞으로 닥칠 뼈아픈 손실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부정적 감정의 위력은 증폭된다는 게 드레먼의 주장이다.
따라서 드레먼은 주식시장이 피폐해지고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정을 뗄 때야말로 ‘극적인 전환’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라고 말한다. 즉 시장에서 소외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않는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승률이 높은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그럼 어떤 종목이 역발상 투자전략 대상으로 적합할까?
이에 대해 드레먼은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 주가현금흐름비율(PCR:주가/주당현금흐름)이 낮고 배당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라고 제시한다. 즉 시장보다 주가수익비율이 낮으며 또 주당 순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게 거래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전략을 장기간 반복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1971년부터 2010년까지 39년 동안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종목을 대상으로 이 전략을 실행에 옮긴 결과 저PER 종목은 연평균 15.2%, 저PBR 및 저PCR 종목은 각각 연평균 14.3%, 14.0%의 놀라운 성과(배당금을 모두 재투자했다고 가정한 수익률)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의 주식시장 평균 상승률(11.6%)을 크게 뛰어넘는 성과다.
드레먼의 운용 전략이 과거에 대단히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만 최근에는 그다지 밝지 않다. 안타깝게도 2011년부터는 역발상 투자전략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드레먼의 전략은 대단히 매력적이며, 또 초보 투자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발상 주식’의 매력을 발견하는 데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홍춘욱 < 숭실대 겸임교수 hong8706@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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