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조명용 OLED 사업 철수…'뉴 LG' 선택과 집중 가속화

입력 2019-04-22 17:37   수정 2019-04-23 18:15

제품 양산 1년 반 만에 과감히 포기

(주)LG "모든 사업 원점서 재검토"



[ 황정수/좌동욱 기자 ] LG그룹이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일반 조명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은 지난해 그룹 대표를 맡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뉴 LG’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미래 성장 사업에만 집중”

22일 LG그룹 등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 온 일반 조명용 OLED 사업을 포기했다. 신규 OLED 생산 라인에서 제품 양산을 시작한 지 1년6개월여 만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의 5세대 OLED 전용 라인(P5)에서 생산하는 조명용 OLED 양산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성장성이 크고 그룹의 자동차 전장(전기·전자장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차량용 OLED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글로벌 차량용 헤드램프 업체 ZKW 인수를 통해 LG가 차량용 조명에 힘을 주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말 ‘루플렉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일반 조명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기존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 등에서 밀리자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OLED 스탠드 가격은 최소 10만원대 후반이지만 보급형 LED 스탠드는 2만원대도 있다.

이 회사는 구미의 OLED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데 14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사업 준비 단계와 양산 후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하면 매몰비용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그룹지주사인 (주)LG는 올초부터 계열사와 ‘계속 사업’과 ‘중단 사업’을 자체 검토하고 있다. 산업 격동기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주)LG는 기존처럼 계열사 사업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미래 성장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덩치 큰 사업과 관련해선 지주사와 함께 결정하겠지만 규모가 작은 사업은 계열사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반드시 해야 하는 미래 먹거리 사업과 안 해도 될 사업을 면밀하게 따지고 있다”며 “지주사가 계열사들로부터 보고를 받아 전체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

다른 계열사들도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고 있다. LG이노텍은 기판소재사업부 내 고밀도다층기판(HDI)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DI는 스마트폰 주기판으로, LG이노텍의 시장점유율은 2016년 3.2%, 2017년 3.0%, 2018년 2.7%로 하락 추세다.

LG화학이 LCD(액정표시장치) 소재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도 궤를 같이하는 움직임이다. 업계에선 LCD 대신 OLED 패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그룹 전략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LG전자가 연료전지 자회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 청산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LG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은 오는 6월 구 회장이 주재하는 그룹 경영전략회의(사업보고회)에서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 사업보고회는 LG그룹의 사업본부장급 이상 경영진이 참여하는 회의다. 2016년까지는 고(故) 구본무 회장이, 2017~2018년은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이 주재했다. 이번 회의에선 구 회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장기 성장기반 구축’ ‘고객 가치 창조’ ‘정도 경영’에 근거해 뉴 LG에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황정수/좌동욱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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