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업체 과장 광고?
투자자 소송 시작
[ 배정철 기자 ] 미국에서 1년 전 은퇴해 한국으로 돌아온 고모씨는 경기 평택시 팽성읍의 한 미군 임대용 주택(단지형 빌라)을 3억원에 매입했다. 월 200만원씩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큰 고민 없이 매입을 결정했다. 분양업체가 제시한 임대료는 한국인에게 임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임대료(월 90만원)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기대는 얼마 못 가 실망으로 변했다. 입주 때가 되자 미군 임차인을 구할 수 없었다. 주변에 미군 임대용으로 지어진 주택이 넘쳐나서다. 고씨가 산 빌라촌의 절반은 비어 있다. 고씨는 “임대수익을 내기는커녕 이자비용만 나가고 있다”며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미군 임대용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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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팽성읍 일대 중개업소들의 말을 종합하면 평택주한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와 오산미공군기지 주변에 몰린 미군 임대용 주택의 공실률은 20%를 넘는다. 공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미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한국인 임차인을 들인 곳도 많다. 팽성읍 안정리 A공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미군기지 주변에 공급이 넘쳐나는 걸 모르고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안개 낀 날 15중 충돌이 나는 것하고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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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200만원 받는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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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임대용 주택을 공급한 업체들은 한미협력사업단이 제시한 자료를 들어 평택과 오산으로 이전하는 인원이 각각 3만9302명과 1만167명에 달한다고 홍보했다. 이 숫자는 군무원 도급업자 등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에 따르면 서울 용산 등에서 평택으로 이전하는 미군은 총 1만7000여 명이다. 현재는 1만1000여 명이 이주했다.
소송전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분양업체가 영외 거주자 숫자를 과도하게 부풀리거나 예상 수익률을 높게 제시해서다. 한 분양회사는 2016년 단지형 빌라를 분양하면서 “평택미군기지 밖에 필요한 주택 수가 4만8900가구에 달한다”며 현재 완공했거나 짓고 있는 주택이 1만 가구에도 못 미쳐 공급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홍보했다. 또 다른 분양업체는 “연 7% 이상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평택미군기지의 영외 거주자는 2000~30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인근 중개업소들은 예상했다. 기지 안에 아파트 2000여 가구가 있는 데다 2만 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원룸(33㎡ 규모)도 있어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미군이 영외거주자 숫자를 명확하게 밝힐 이유가 없다”며 “분양업체들이 영외거주자 수를 지나치게 많게 추정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택=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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