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익률이 지난해 -0.92%로 추락한 상황에서 투자대상 다변화는 필수다. 캐나다연금이 지난해 8.4%, 최근 10년간 연평균 10%의 고수익을 올린 요인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게 꼽힌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비중이 11.8%(1월 말 현재)에 불과하다. 자산의 90% 가까이를 주식과 채권에 집중하고는 증시 상승만 바라보는 ‘천수답 운용’이다.
국민연금 고갈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은 2042년부터 지출이 수입을 앞서기 시작해 2057년께 고갈할 것으로 예고돼 있다. 대선 공약에 맞춰 소득대체율을 현행 44.5%에서 50%로 높이는 안(案)이 확정되면 고갈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다. 수익률이 연 1%포인트 오르면 기금 고갈시기가 6년 늦춰지는데도 미·중 무역분쟁이니 글로벌 증시부진이니 핑계만 찾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다. 투자정책전문위를 단 세 차례 여는 동안 ‘스튜어드십 코드’를 논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스물아홉 번이나 열렸다는 사실은 ‘정권 심기 살피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난국 돌파 해법은 독립성 제고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지배구조 개선을 선행해야 한다.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국민연금 이사장도 대선캠프 출신인 상황에서는 정파적 이해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캐나다의 연금투자위원회에는 정부 인사가 배제된다.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연기금과 국부펀드들도 정부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전문성 확보를 위한 인적구조 개편도 시급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 중 자산운용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게 어이없는 현실이다. 국민연금을 두세 개로 쪼개는 분할도 전문성과 독립성 제고의 방편으로 진지하게 검토해 볼 만하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