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률 3배 넘게 세금 더 걷어 '펑펑'…후유증 안 보이나

입력 2019-04-22 17:45   수정 2019-04-23 06:46

반도체 꺾이고 세수 호황 막 내리는데 퍼붓기 지속
투자·고용 늘려 세수기반 넓히고 재정준칙 지켜야



국민이 세금을 얼마나 많이 내는지를 보여주는 조세부담률이 지난해 2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수 증가율은 경제성장률(2.7%)의 3.4배에 달했다. 성장률의 3배가 넘는 속도로 국민과 기업이 세금을 더 부담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는 투자와 소비, 수출, 고용 등이 모두 위축되고 성장이 크게 둔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 곳간에만 돈이 넘쳐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조세 총수입은 377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3%(32조1000억원) 늘었다. 경상 국내총생산(GDP)은 1782조268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GDP 대비 세금 비율인 조세부담률은 전년(20.0%)보다 1.2%포인트 높아졌는데, 2000년(1.6%포인트) 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반도체 경기 호황과 부동산 거래 증가 등으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많이 걷혔기 때문이다. 작년 국세 수입은 전년보다 28조2000억원(10.6%) 늘어난 293조6000억원에 달했다. 법인세는 예산 대비 7조9000억원, 양도소득세는 7조7000억원 더 걷혔다.

하지만 올 들어 ‘세수 호황’이 막을 내리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꺾인 데다,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도 부진하다. LG경제연구원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내리는 등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정부 규제로 거래가 주춤해졌다. 올 1~2월 국세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00억원 감소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세금 퍼쓰기’는 멈출 줄 모른다. 올해 470조원의 ‘슈퍼 예산’을 집행한 지 넉 달도 안돼 7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엔 500조원이 넘는 ‘초(超)슈퍼 예산’을 예고한 상태다. 나랏빚이 1700조원에 육박하는데 습관성·중독적으로 돈 쏟아부을 궁리만 하고 있다.

정부는 아동수당과 노인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고교 무상교육도 1년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올초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없이 세금 24조원을 투입하는 23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더니, 최근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에 48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여당이 전국을 돌며 벌인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요청받은 지역 개발사업이 134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 ‘재정 중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세금은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나홀로’ 세수 확대는 민간의 성장여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경제 성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세금을 퍼부어가며 대못 박듯이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은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결국 국민 부담만 커지게 된다. 무(無)책임도 이런 무책임이 없다. 세수 확대보다 중요한 건 기업 등 민간부문의 활력을 높이는 일이다.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세수가 증가하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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