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한진칼 채권 발행에도 ‘청신호’
≪이 기사는 04월23일(08:5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에 나선 대한항공이 모집액의 두 배가 넘는 투자수요를 모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이후 경영권 승계 우려가 커졌음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전날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489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700억원, 1300억원씩을 모집한 2년물과 3년물에 각각 2330억원, 2590억원이 몰렸다. 교보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 발행주관을 맡았다.
한진그룹의 경영 승계문제가 급부상한 상황에서도 선전했다는 평가다. 조 회장의 세 자녀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지분율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0%)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외엔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만한 뚜렷한 수단이 없는 상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한진칼 주가가 급등하면서 조 회장 보유 지분(17.84%)을 상속받기 위한 세금도 불어나고 있다. 2대주주인 KCGI(13.47%)와의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 3%대 중후반의 금리를 눈여겨본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대한항공 회사채 매수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수요예측에 앞서 투자자들에 2년물은 최고 연 3.45%, 3년물은 연 3.97%의 금리로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로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8번째로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대한항공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단기간에 크게 악화되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매수의향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넉넉한 투자수요가 몰리자 3000억원 수준까지 채권 발행금액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채권 발행금리도 당초 희망금리보다 낮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2일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시가평가한 대한항공 회사채 금리는 2년물이 연 3.45%, 3년물이 연 3.97%다. 이 회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 및 항공기 리스료 지급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다른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자금조달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한진은 24일 400억원, 한진칼은 30일 7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차례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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