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세습 독재' 北 김정은, '24년 장기집권' 러 푸틴 첫 만남

입력 2019-04-24 12:04   수정 2019-04-24 13:05

푸틴, 스탈린과 맞먹는 장기 집권
실용주의 추구·빠른 상황 판단
강한 리더십 강조·反서방 기조 공통점
푸틴의 ‘지각 외교’, 이번에도 나올지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만난다. 현재까지 구체적 일정과 장소 등이 모두 베일에 싸인 가운데, 두 사람이 어떤 ‘궁합’을 과시할지 주목된다.

김정은은 1984년생, 푸틴 대통령은 1952년생으로 나이 차가 32세다. 연령만 봐선 아버지와 아들 뻘이지만 각각 강력한 독재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해왔다는 점이 첫 번째 공통점이다. 김정은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북한의 ‘3대 세습’ 독재를 이어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 정보기관 KGB 출신이다. 2000년 러시아 대통령에 취임한 후 19년째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2024년까지 임기가 보장됐다.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러시아 현대사의 두 번째 장기집권자다.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 모두 상황 판단이 빠르고, 때로는 전례없이 극단적으로 현실적 선택을 감행할 때도 있다. 2017년 6차 핵실험 및 11차례 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던 김정은은 지난해 돌연 ‘미소 외교’로 노선을 바꿨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역사상 최초 미·북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잠시 남북한, 미·북 협상 구도가 경색 국면을 맞았지만 여전히 대북제재 완화와 비핵화란 두 테마 아래 물밑 라인은 가동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후엔 친(親) 서방정책을 추진했다가 2012년 3기 집권 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독립세력 지원을 명목으로 한 조지아 침공, 시리아 파병 등 잇따른 군사적 행보로 반(反)서방 노선으로 돌아섰다. 자국의 지위 강화를 위해선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냉혹한 현실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정상 모두 스포츠광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농구를, 푸틴 대통령은 유도를 각각 좋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정은은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과 매우 친한 사이다. 푸틴 대통령은 유도 유단자다. 지난 2월엔 소치 유도 국가대표 훈련장을 방문해 직접 유도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푸틴이 이번에도 ‘지각 외교’를 통한 주도권 잡기에 나설지 여부도 주목된다. 그는 정상회담 때마다 수십 분 또는 수시간 늦게 도착해 상대편을 기다리게 하면서 진을 빠지게 만드는 특유의 전략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당시에도 52분가량 늦게 회담장에 도착했다. 지난 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러·일 정상회담에선 예정보다 46분 늦게 회담장에 왔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났을 땐 4시간 15분 동안 메르켈 총리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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