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할리데이비슨 관세에 보복"
[ 주용석 기자 ]
미국 법무부가 23일(현지시간) 미 제너럴일렉트릭(GE)의 터빈 기술을 빼돌려 중국에 넘긴 혐의로 중국계 사업가 등 2명을 기소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갑자기 유럽연합(EU)의 미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관세 문제를 꺼내며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이 중국과 EU를 상대로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벌이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미 법무부는 이날 GE의 영업기밀을 훔친 혐의로 중국인 사업가 자오시 장(47)과 전 GE 연구원 샤오칭 정(56)을 기소했다. 혐의는 산업 스파이 활동, 영업비밀 절도, 허위진술 등 14개가 적용됐다.
정씨는 뉴욕주의 GE 파워&워터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GE의 가스·증기 터빈의 디자인, 도면, 재료 명세서 등을 중국에 있는 장씨에게 넘겼다. 이후 이 기밀은 중국 랴오닝과 난징에 있는 항공기술 회사와 선양항공우주대학교, 선양항공엔진연구소, 화이하이공과대학에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미 법무부는 “이번 사건은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을 강탈하고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복제해 중국 기업이 자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을 대체할 수 있게 하려는 중국 정부 전략의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동시에 EU의 관세도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할리데이비슨이 현재 31%에 달하는 EU의 관세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폭스뉴스 진행자의 말을 언급하며 “미국에 너무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보답할 것”이라고 했다. 보복을 공언한 것이다.
EU는 지난해 6월 할리데이비슨 등 미국 제품 28억유로(약 3조5000억원)어치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할리데이비슨은 EU의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할리데이비슨을 비난하며 불매운동을 독려했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할리데이비슨을 옹호하고 나선 건 EU와의 무역분쟁을 의식한 조치로 분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일 EU의 에어버스 보조금 부당 지급을 이유로 112억달러(약 13조원)어치의 EU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