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전에서 2달 전으로
연초에 주식을 산 투자자도 전년도 기업실적에 대한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연말로 고정된 12월 결산법인의 배당기준일과 배당락일(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없어지는 날)을 이듬해 1~3월로 분산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24일 내놓은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보면 정부는 상법을 개정해 의결권 행사 권한이 있는 주주를 특정하는 기준일(주주명부 폐쇄일)을 현재 ‘주총 90일 전’에서 ‘주총 60일 전’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상장사들은 정기주총 개최 90일 전 주주명단을 확정(주주명부 폐쇄)한 뒤 이들에게 주총 의결권 행사 권한을 부여하고 이익배당을 해왔다. 통상 매년 3월말 주총을 개최하는 12월 결산법인의 주주명부 폐쇄일(배당기준일)은 전년도 12월31일로부터 2거래일 전날이다. 지난해는 12월26일이었다. 이날까지 주식을 사들여 보유한 주주만 이듬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최근 사업연도 실적에 대한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주주들은 주총 전 해당 주식을 전부 매각했더라도 이미 주주명부에 이름이 올라갔기 때문에 의결권과 배당 등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면 배당기준일 다음날인 27일은 주식을 사더라도 의결권과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없는 배당락일이 된다.
정부는 이처럼 주주명부 폐쇄일과 주총 개최일 사이 간격이 90일 가량 벌어진 것이 주총에 대한 주주 관심도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총 전 이미 주식을 매각한 주주의 경우 아무래도 주총에 참석할 유인이 낮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안대로 주주명부 폐쇄가 주총 60일 전으로 당겨질 경우 상장사별로 배당기준일이 매년 1~3월경으로 다변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에 주식을 산 투자자라도 주총 60일 전 매입을 완료했다면 전년도 실적에 대한 주주권 행사와 배당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상장사 사이에선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전년도까지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던 투자자가 연초 주총 60일 전 주식을 매입한 뒤 전년 실적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고 배당을 받는게 과연 이치에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말 배당기준일과 배당락일을 전후로 출렁였던 증시 풍토에도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사업연도 결산일과 주주명부 폐쇄일을 맞추기 위해 상장사들이 결산일을 바꿀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론상으론 배당기준일이 바뀐다고 해서 상장사 기업가치가 바뀌진 않기 때문에 배당락을 활용한 차익거래 이외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12월말로 돼 있는 상장사 사업연도 결산일이 다변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도 “과거 국내나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모든 상장사 결산일이 꼭 12월말에 몰려있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거의 모든 상장법인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12월 결산을 하는 상황에서 결산일을 바꾸긴 쉽지 않다”며 “결산일과 배당기준일이 엇갈리면서 회사나 투자자 모두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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