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 국제분쟁팀, 국내기업의 해외 중재 '단독수행'

입력 2019-04-24 16:40   수정 2019-04-24 17:14

한국·외국변호사 유기적 협업
해외로펌 도움없이 줄줄이 승소



[ 안대규 기자 ] “작은 고추가 맵다.”

국제중재업계에서 법무법인 지평의 국제분쟁팀을 일컫는 말이다. 김앤장이나 광장, 태평양 못지않은 국제중재 실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다.

지평은 지난해 10월 국내 건설 대기업을 대리해 영국계 다국적 기업이 제기한 국제상업회의소(ICC) 건설 중재에서 3년간의 공방 끝에 대승을 거뒀다. 지평 관계자는 “끈질기고 촘촘하게 절차법으로 따지고 들며 공신력 있는 전문가의 조사 결과를 들이대자 상대편인 영국계 기업이 청구(클레임) 내용을 모두 포기했다”고 말했다.

2017년에는 KT 계열사를 대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1년 만에 법원 조정을 통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2016년에는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미국 기업의 사건을 맡아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서 승소했으며 2년 뒤에는 한국 법원에서 집행판결까지 받아냈다.

이런 사례들은 지평이 해외 로펌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수행했다. 해외 현지 조사와 중재 절차 진행, 재판상 변론 등을 모두 지평 자체 전문 인력으로 소화했다. 국제 중재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중재 사건에서 국내 로펌이 단독으로 사건을 수행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편”이라고 말했다. 지평은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싱가포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스웨덴 나이지리아 및 동유럽에서 소송 및 중재 사건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국제분쟁팀장을 맡고 있는 김진희 미국변호사는 이런 성과의 비결로 한국변호사와 외국변호사가 ‘한몸’처럼 움직이는 유기적 협업 시스템을 꼽았다. 김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다른 로펌의 국제중재팀은 고객과 소통하는 변호사와 리서치 담당 변호사, 서면 담당 변호사, 변론 담당 변호사 등으로 철저히 분업화돼 있다”며 “게다가 한국변호사 위주로 국제중재팀이 운영되다보니 소통과 협업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고 분석했다. 지평은 소수정예의 전문가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을 고수한다. 그는 “지평은 외국어에 능통한 변호사가 국내 고객 관리와 해외 절차 진행, 현지 변론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한다”며 “철저한 1 대 1 고객관리 정신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이라고 말했다.

지평 국제중재팀은 20여 명의 한국변호사와 외국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김 변호사는 미국의 대형 로펌인 폴헤이스팅스에서 배심원 재판, 대규모 협상 및 조정, 외국 정부 조사 대응 등을 담당하며 분쟁 경험을 쌓았다. LG디스플레이에서 글로벌소송팀장을 맡기도 했다.

지평의 공정거래팀장이기도 한 김지홍 변호사는 국제중재업계에서 유명한 시들리 오스틴 뉴욕사무소에서 복잡한 국제분쟁 사건을 다뤄본 경험이 많다. 올해 지평에 합류한 함병균 미국변호사는 미국 보건복지부 근무 시절 정부를 대리해 수십 건의 헬스케어 법령 및 규제 관련 소송을 맡아 좋은 성적을 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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