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부추기는 트럼프…치솟는 국제유가에 불 지핀 꼴

입력 2019-04-24 17:22   수정 2019-04-25 09:24

프랑스·러시아 이어 美도
동부군벌 하프타르 지지



[ 선한결 기자 ]
아프리카 최대 원유 매장국인 리비아에서 내전이 격화하고 있다. 리비아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수도 트리폴리를 점령하기 위해 리비아 통합정부(GNA)의 군대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원유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 리비아 정국까지 불안해 국제 유가가 더 치솟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4일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 22일 LNA는 트리폴리 중심에서 약 7㎞ 떨어진 아부 살림 일대에서 통합정부군을 상대로 교전을 벌였다. 이달 4일 통합정부군으로부터 트리폴리를 빼앗겠다며 트리폴리 남부 외곽 약 50㎞ 지역에서 공습을 벌인 이래 점점 시내 가까이 진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 기준 이번 내전으로 최소 264명이 사망하고 126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리비아는 2011년 시민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사실상 서부와 동부로 정부가 양분돼 있다. 유엔 지원을 받아 구성된 리비아 통합정부는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를 통치한다. 카다피 시절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하프타르는 군부를 규합해 동쪽을 차지하고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

리비아 내전은 세계 주요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정치·외교적 해결이 쉽지 않다. 유엔이 통합정부를 지지하고 있지만, 여러 나라가 리비아 주요 유전지대를 차지하고 있는 하프타르에 줄을 대고 있다. 미국은 18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리비아 즉시 휴전 결의안’을 거부하고 바로 다음날인 19일 하프타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도 리비아 통합정부가 공습 등 무력을 써서는 안 된다고 성명을 냈고 휴전 결의안을 거부했다.

프랑스 정부도 그간 하프타르를 공공연하게 지지해왔다. 폴리티코 등 외신은 프랑스가 자국 에너지 기업 토탈 등을 리비아로 진출시키기 위해 하프타르 편을 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이탈리아 정부는 8일 리비아 통합정부에 “하프타르는 군사행동을 즉각 멈추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과거 리비아를 식민 지배한 이탈리아는 이미 자국 기업 여럿이 리비아 유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초엔 자국 에너지 기업 에니(ENI)가 진출한 리비아 유전지대를 LNA에 뺏겼다.

리비아 내전이 격화하면서 원유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비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20만 배럴 수준이다. 통합정부와 대립 중인 하프타르는 이전에도 정부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점령 중인 원유 수출항을 폐쇄한 적이 있다. 수출항 두 곳에서 원유 운반 선박이 여러 주 계류되면서 당시 리비아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80만 배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리비아 내전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가 폭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량은 크게 줄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가 감산에 나선 데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원유 수출을 봉쇄하는 제재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영국 시장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피터 키어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OPEC 국가가 공급부족분을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금 시장은 장기적 고유가 상태로 빠지기 쉬운 상황”이라며 “리비아 내전 사태가 세계 원유 공급량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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