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주52시간제가 직격탄
노동유연성 등 개혁 서둘러야
오정근 <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최근 인천 남동공단을 방문해 입주 중소기업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남동공단은 1985년 4월 조성되기 시작해 1992년에 완공된 대규모 수도권 공단이다. 주로 수도권과 중부권의 수출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현재 6906개사가 입주해 10만2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등 기계공업 52%, 전기·전자 17%, 석유화학 11%, 목재·종이 4% 비중으로 구성돼 있다.
수도권에 이처럼 큰 일자리를 제공하는 남동공단이 최근 경기침체와 정책실패의 직격탄에 신음하고 있다. 2017년 3월 78%였던 공단의 공장가동률은 지난해 6월 이후 60%대로 급락해 현재는 64%의 바닥권으로 위기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생산 시설의 40% 정도는 먼지만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한국GM 군산공장의 철수로 한국GM에 부품을 납품하던 2차, 3차 협력업체들은 부도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기저기 임대 현수막이 을씨년스럽게 바람에 날리는 황량한 거리 모습이 불황의 짙은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었다.
입주업체 대표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공멸하게 될 거라며 △급등한 최저임금 개선 △주휴수당 폐지 △주 52시간 근로시간의 탄력적용 확대 △외국인근로자 산업연수생제도 확대 △실효성 없는 가업승계제도 개선 △정책자금 확대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급등한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고, 주 52시간 근로제로는 납기를 맞출 수 없다는 주장은 비명에 가까운 절규로 들렸다.
한국보다 잘사는 싱가포르도 외국인 근로자 임금에 월 600달러 상한선을 두고 있다. 그런데 대개 한국인 근로자보다 생산성이 낮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똑같이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이를 개선해 달라고 당국에 건의했는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라서 차등적용은 곤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래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적지 않은 임금에도 한국 청년들이 중소기업에는 취업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실업급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견 타당한 주장으로 생각됐다. 독일에서는 실업급여지급 기간이 정해져 있고, 일자리를 구하는 노력의 근거로 작은 규모나마 소득증빙까지 요구하는 근로촉진형 실업급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숙박비를 추가로 지급해야 해 기업의 부담이 더 커지므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숙박비 등 후생복리비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매월 정기상여금 중 최저임금의 25% 초과분, 숙식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중 최저임금의 7%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했는데 그 정도의 보완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기업이 상여금을 분기별로 지급해 왔는데 이럴 때는 해당되지 않아 상여금 지급 시기를 월 단위로 변경하려는 경우 노사분쟁의 불씨가 될 우려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임금 부담이 작은 산업연수생제도의 확대를 건의하기도 했다.
가업상속 문제도 중요한 관심사였다. 최고 세율 50%, 할증까지 하면 65%나 되는 상속세에다, 너무 까다로운 가업상속제도로는 상속이 힘들다는 주장이었다. 65%의 상속세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상속도 안 되는데 누가 열심히 기업을 키우려고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OECD 13개 회원국이 이중과세 문제, 사유재산권 보호, 기업활력 제고 등을 이유로 상속세를 폐지했다. OECD 회원국 평균세율도 15% 수준이다.
높은 임금, 한 번 채용하면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고용경직성, 세계 최고 수준의 법인세·상속세, 세계 최강의 강성노조로는 기업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요원한 일이다. 획기적인 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