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지는 은행 채용…신입 선발때 9~10개 직무로 나눠 뽑는다

입력 2019-04-24 17:36   수정 2019-04-25 17:58

우리銀, 상반기 250명 뽑아
IT·기업금융·글로벌 등 세분화



[ 공태윤 기자 ]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일반직 신입행원 채용 때 9개 직무로 세분화해 공고를 냈다. 은행들이 직무를 나눠 신입사원을 뽑는 건 모바일뱅킹, 핀테크(금융기술) 확산에 따라 은행 내부에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과 국내 시장 포화로 지역 및 글로벌 인재 채용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 전반에 대한 이해와 함께 직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직무를 세분화했다”며 “무분별한 스펙 쌓기로는 은행 입사가 더 이상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신한은행 "디지털 인재확보"

은행들의 채용에서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정보기술(IT) 디지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엔 ‘일반직, 지역인재, IT디지털,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리스크·자금’ 등 6개 직무에서 채용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를 더욱 쪼갰다. 일반직은 개인금융·기업금융으로 나누고, IT디지털 직무는 IT와 디지털로 나눠 각각 뽑기로 했다. IT직무는 IT전략 수립·서비스·기획 등의 업무와 비대면채널, 플랫폼, 핀테크 등까지 담당한다. 디지털직무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마케팅을 하는 일이다. 우리은행은 채용직무 세분화에 따라 필기시험도 직무별로 차이를 둘 방침이다.

은행들의 직무 세분화 채용 트렌드는 지난해 신한은행에서 시작됐다. 신한은행은 일반직 기업금융·자산관리(WM), 정보통신기술(ICT)·디지털, 리스크·빅데이터, IB·자금운용·금융공학, 리테일서비스직(개인금융) 등으로 나눠 뽑았다. 필기시험 과목도 직무에 따라 다르게 출제했다.

미리 특정 직무를 목표로 준비하지 않으면 합격하기 어렵게 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직무별 필기시험 과목을 달리한 것은 채용분야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경계 전공자뿐만 아니라 IT·통계·금융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을 뽑기 위한 채용전략”이라고 말했다. 25일부터 상반기 공채를 시작한 신한은행은 ‘디지털ICT’분야 수시채용을 도입했다.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채용팀장으로 발령내고 특성화고 출신도 특별채용키로 했다. 채용절차에서는 1차 실무면접때 코딩능력을 평가키로 했다.

은행들의 ‘디지털 금융’ 전략은 채용규모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전체 채용인원(415명)의 31%인 130명을 ICT 인재로 채웠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신규채용 380명 중 95명(25%)을 IT 인재로 뽑았다.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은 필기시험에서도 일반직·디지털직의 시험문제를 다르게 출제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디지털화로 디지털·IT부문 인력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IT직군 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지역인재 38% 선발"

은행들은 서울·수도권시장 포화로 지방으로 눈을 돌리거나,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인 동남아시아를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직무를 별도로 뽑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채용부터 글로벌 직무를 신설했다. 러시아, 미얀마, 베트남,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필리핀 지역 언어 전공자와 관련 전공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를 우대키로 했다.

KEB하나은행도 글로벌 사업을 위해 신남방 지역을 주요 진출지로 꼽았다. ‘중국통’인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2년 임기 동안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 등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상반기 채용에서 지역인재 채용을 대폭 늘렸다. 전체 220명 선발인원 가운데 38.6%(85명)를 지역인재로 뽑기로 했다. 기업은행이 뽑는 지역인재는 전국에 있는 영업점 근무 인원(대전·충청, 광주·호남,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과 경기남부권 공단형 점포에 우선 배치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역인재는 입행 후 해당 지역에서 5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신입채용의 상당수를 지역인재로 뽑고 있다. 지난해 선발한 470명 신입 인력의 50%를 지역인재로 배치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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