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19일 발표한 장애인 인권증진 기본계획을 일주일만에 재검토하고 있다. 정작 인권침해로 논란이 됐던 수용시설의 장애인 대책이 계획에 빠져있어 장애인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제2기 인권증진 기본계획’에 앞으로 5년간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지역사회로 거처를 옮기는 ‘탈시설’ 인원을 300명에서 537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7년말 장애인 전수조사를 통해 탈시설을 희망하는 것으로 파악된 300명을 장애인자립생활주택 등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여기에 사회복지재단인 프리웰 산하 ‘향유의집’과 인강재단 산하시설 4개소에서 나오는 인원 237명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들 시설 4개소에서 과거 인권 침해 전력이 있었는데도 수용인원을 탈시설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기본계획 발표를 앞둔 지난 3일부터 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발표하는 시행계획에서 탈시설 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며 “인강재단 측이 시설 폐쇄를 이사회에서 결정하면 내년 시행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예상치 못하게 탈시설 인원을 추가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탈시설 인원 1인당 약 1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탈시설 인원을 늘리게 되면 앞으로 5년간 15곳을 마련하기로 돼 있는 장애인 자립생활주택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 수용시설에 들어가는 보조금을 ‘탈시설’ 예산으로 돌리면 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내 45개 장애인 거주시설에 투입한 예산은 970억원에 달하고, 올해에는 996억원이 배정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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