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새가 많은데도 그 유래가 헛갈리는 단어 하나가 와해(瓦解)다. 기왓장이 무너지거나 깨진다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폭삭 무너지는 것이나 그런 상태를 지칭한다.
우선은 기와를 제작하는 옛 공법에서 나왔다는 풀이가 있다. 원통형 틀을 제작해 흙을 다져놓고 굳힌 뒤 그를 깨서 기왓장을 만드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틀을 분리할 때 떨어져나가는 기왓장에서 ‘와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다른 풀이는 이렇다. 기와는 대개 수키와와 암키와로 나뉜다. 암키와는 아래, 수키와는 위에 놓아 둘을 연결하며 지붕을 얹는다. 이런 연상 때문에 중국 송나라 때는 기생집을 와사(瓦舍)라고 적었다. 남성과 여성이 몸을 쉽게 섞는 곳이라는 맥락에서 생겨난 지칭이다. 그 남녀의 결합 방식을 와합(瓦合), 또한 그 헤어지는 양태를 와해(瓦解)로 적었다는 설명이 있다. 그래서 ‘올 때는 와합, 갈 때는 와해’라는 중국 옛 속담이 나왔다고 한다.
단어 유래에는 뚜렷한 정설이 아직 없다. 그럼에도 ‘와해’가 단단히 맞물려 있던 것들이 쉽게 흩어져 버리는 상태, 더 나아가 대단한 붕괴를 미리 암시하는 단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 무너짐의 전조를 알리는 토붕와해(土崩瓦解)라는 성어도 그렇다. 이리저리 나뉘어 결국 흩어지고 마는 지리멸렬(支離滅裂), 같은 맥락의 사분오열(四分五裂), 그래서 한 번 툭 건드려도 무너지는 일촉즉궤(一觸卽潰) 등이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는 성어다.
“천리에 이르는 제방이라도 둑에 난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진다(千里之堤, 潰於蟻穴)”는 경구도 아울러 떠올려볼 만하다. 제가 지닌 역량과 그 요소들을 정합(整合)하는 능력이 없는 개인이나 집단에 닥치는 일들이다. 그래서 한자의 세계에서는 나눠지고, 무너지며, 흩어지고, 쪼개지는 상태를 일컫는 分崩離析(분붕리석)을 가장 경계한다.
한국의 경제가 그동안 자주 울린 위기의 경고음 끝에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말았다. 우리 사회가 지닌 역동성의 요소를 제대로 끌어 모으는 정합에서 실패한 것은 아닌지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성찰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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