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 후 8년간 지연되자
코람코자산신탁이 사업 대행
[ 민경진 기자 ]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탁 방식을 통해 건립된 ‘안양 호계 유니드’(사진)가 25일 안양시로부터 준공 승인을 받았다. 이 단지는 경기 안양시 호계동 891의 6 일원에 1983년 지어진 성광·호계·신라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해 지었다. 기존 5층 이하 아파트 103가구가 지하 2층~지상 26층, 전용면적 45~59㎡ 203가구의 새 아파트로 탈바꿈했다. 입주는 이달 30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당초 성광·호계·신라아파트 소유주들은 2007년 8월 재건축조합을 설립했다. 하지만 자금조달 문제와 각종 심의에 가로막혀 사업이 지체되다 2011년에는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조합 설립 이후 8년 이상 사업이 정체되자 이 조합은 자체사업 대신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은 2016년 12월 부동산금융 전문기업 코람코자산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선정했다. 2016년 3월 신탁 방식이 시행된 뒤 이 방식을 추진한 국내 첫 번째 사업장이 됐다. 조합과 코람코는 차입형토지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하기로 협약했다. 신탁사가 자체 자금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보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성광·호계·신라아파트는 신탁사에 정비사업을 맡긴 지 40여 개월 만에 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 등을 모두 마쳤다.
신탁 방식은 부동산관리·개발 전문회사가 수수료를 받고 조합 대신 정비사업 전반을 운영하는 사업 방식이다. 토지 등 소유자 75% 동의만 있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까닭에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사업 속도가 빠른 편이다. 코람코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49곳, 4만1267가구가 신탁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형별로는 △재건축 32곳 △재개발 9곳 △도시환경정비 5곳 △가로주택정비 3곳 등으로 재건축 사업장 비중이 가장 크다.
정비사업 일몰제를 적용받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재건축·재개발 방식은 정비구역 지정 후 2년 이내 추진위를 구성하지 못하거나 추진위 승인 후 2년 이내 조합설립 인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다. 2016년 1월 31일 이전에 정비계획을 수립한 정비구역은 추진위 구성 시기에 상관없이 내년 3월 일몰제 적용 대상에 오른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까다로워진 정비사업 심의요건, 초과이익환수제, 일몰제 등으로 정비사업시장 전반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사업 속도를 올릴 수 있는 대안으로 다시 신탁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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