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한국 '마이너스 성장'을 바라보는 日시선

입력 2019-04-26 11:01   수정 2019-04-26 11:12


“2017년 5월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뒤 한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두드러지고 있다.…2년 연속으로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인상됐고 주52시간 근무제 등 분배위주 정책이 시행된 것에 대해 기업의 활력을 뺏고 있다는 경영계의 불만이 많다”(니혼게이자이신문)

올 1분기 한국의 경제(GDP) 성장률이 -0.3%로 곤두박질한 것에 대해 일본 언론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출과 투자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것이 일본의 ‘관전 총평’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 경제가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3개월 만의 최저 성장률을 기록한 이유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기업의 대두에 따른 한국기업의 경쟁력 악화와 그에 따른 수출 감소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분배위주 정책을 편 점도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함께 저출산·고령화가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의 주력산업이 중국의 추격에 의해 최근 들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점에 특히 주목했습니다. 명목 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이 침체한 직접적인 요인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가 지목된 것입니다. 올 3월 한국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줄어들며 4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17%나 위축됐고 자동차(-1%), 철강(-5%),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32%) 등 주력산업이 모두 부진한 모습입니다. 신문은 구체적인 사례로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부문과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망되는 것을 꼽았습니다. 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도 화웨이, 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당한 점도 지적됐습니다. 중국 휴대폰 시장에선 삼성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입니다. 한 때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점유율 3위를 차지했던 현대자동차도 최근 1~2년 새 중국 시장에서 급격히 자리를 잃어가는 분위기도 전했습니다. GM공장 등이 철수해 황량하게 변한 군산 지역 공단을 방문해 “서플라이어로 남아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는 현장 분위기도 전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주요 기업들의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향후 전망이 어두워졌고, 이는 다시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졌다는 지적입니다. 올 1분기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10.8%나 줄었는데 이는 외환위기가 정점을 보이던 때인 1998년 1분기(-24.8%)이후 최대라는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으로 기업실적이 악화되면 일자리 감소와 개인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습니다.

격차해소에 중점을 두고 분배정책 위주로 진행된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신문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경제성장 둔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1년간 4차례나 하향 조정한 끝에 올해 성장 전망치가 연2.5%까지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연 2.7~2.8%)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주52시간 근무제 등 기업의 초과근무를 옥죄는 ‘분배 정책’위주로 정부의 경제정책이 추진된 점이 지적됐습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각종 경제 정책이 기업 활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경영계 불만도 소개됐습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문제점도 제기됐습니다. 자칫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안 그래도 낮아진 잠재성장률을 더 낮출 우려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현재처럼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이어질 경우 202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떨어지고 2030년 이후에는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본 언론의 한국 경제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보도는 외면적으로는 대단히 객관적인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읽는 내내 한국 경제가 삐걱 이는 모습에 대해 걱정을 하기 보다는 ‘고소하다’거나 ‘어떻게 대응하는지 한번 보자’는 것 같은 기조가 밑바닥에 깔려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한 때 외신의 경탄의 대상이 됐던 한국 경제가 이제는 일종의 ‘조롱거리’가 된 듯 해 마음 한편이 무겁기도 하고, 분한 마음도 듭니다. 다시 한 번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떨쳐내고 도약을 이뤄 외신의 ‘지적거리’가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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