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앞에서 울먹인 산불 이재민 "35년 군생활 후 세상떠난 남편이 남긴 집을…"

입력 2019-04-26 16:31   수정 2019-04-26 16:40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26일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 마을. 태어난지 한 달 된 아이를 안고 있는 베트남 여성 도타구잉 씨가 문재인 대통령과 마주했다. 17살 차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그는 출산 직후 화마에 휩싸여 집을 잃었다. 성천리 마을 약 100세대 중 58가구가 산불로 피해를 봤다. 갑작스런 불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마을이다. 도타구잉 씨는 “다섯 명 한 방에서, 언니 동생, 시아버지 하고…”라며 서툰 말투로 문 대통령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한 주민은 ”팔십 노인인데 거리에 나앉게 생겼어. 집도 없이 마을회관에서 얻어 먹고. 팔십 노인인데 이거 어떻게 살아요? 딸이 지어준 집인데 13년만에 벼락을 맞아 가지고. 팔십 노인 먹은 사람 죽으란 말이오?”라며 문 대통령을 향해 집을 잃은 슬픔을 토로했다. “국민이 있어야 대통령이 있잖소. 뭘 하는 겨?”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네, 아무리 시설을 잘 마련한들 자기 집만큼이야 하겠습니까”라며 이들을 위로했다.

성천리 마을에 살고 있는 한 중년 여성은 “제발 좀 살려달라”고 했다. 35년 간 해군에서 복무한 남편이 5년 전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겨준 유일한 집을 거센 불이 집어삼킨 탓이다. “저 집 하나 남겨주고 갔습니다. 저희 남편이 잠수함에 35년 근무하다 돌아가시고 저 집 하나 남겨줬는데 하루아침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살려 주세요”라는 그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강원도 산불 이재민은 413세대 959명이다. 친척집 등에 머물고 있는 피해자를 제외하고 315세대 736명이 임시 거주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임시 거주시설 19곳 중 한 곳인 서울시 공무원수련원을 방문했다. 한 이재민은 문 대통령에게 “전세 지원금을 9000만원으로 한정하니 어렵다”면서 “부족하면 자기 돈으로 월세를 더해서라도 (원하는 지역에) 집을 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그런 부분을 잘 살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마음을 모아서 피해현장 복구가 최대한 빠르게 이뤄지고 보상도 빨리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공공수련원이나 임대주택, 임시주택 등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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