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식욕과의 전쟁

입력 2019-04-28 17:10  

강재헌 <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가정의학과 교수 >


비만, 당뇨병, 지방간, 이상지질혈증 등을 적절히 관리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식욕 조절과 식단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같은 환경에서 식욕을 억눌러야 하는 어려움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우리의 식욕은 어떤 경우에도 체중 감소가 일어나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며, 잉여 열량이 있을 때마다 체중이 늘어나도록 정교하게 설정돼 있다. 식욕을 통해 적절한 영양과 열량을 공급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류의 생존을 보장해온 식욕이 문제가 된 것은 항상 열량이 남아돌고 육체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진 현대에 와서다. 문제는 섭취 열량과 소비 열량의 미미한 차이도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 100칼로리만 차이가 나더라도 연간 4~5㎏의 체중 변화를 유발하게 된다.

식욕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포만감을 주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해야 한다. 단백질은 지방이나 탄수화물에 비해 포만감이 크고 공복감을 줄여준다. 한국인의 평균적인 단백질 섭취량은 총 섭취 열량의 15% 정도인데, 이를 30%까지 높이면 식욕 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콩, 각종 나물, 쌈채소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도 포만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제때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식사를 한 끼 거르면 그만큼 섭취 열량이 줄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식사를 거르면 혈당이 떨어져 식욕이 급격히 상승함으로써 되레 다음번 식사에서 과식과 폭식을 하게 된다. 세 끼 규칙적인 식사와 한 차례의 건강한 저열량 간식이 혈당과 식욕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아 탈수가 되면 무기력해지고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이를 공복감으로 착각해 과식할 수도 있다. 물을 충분히 마셔 탈수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물 자체가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식욕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살다 보면 스트레스는 늘 받게 된다. 많은 이들이 과자, 초콜릿, 케이크,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음식을 먹어 스트레스를 달래곤 한다. 음식 대신 산책, 친구 만나기, 운동 등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식욕 조절에 도움이 된다. 비만이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비만 유발 환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습관과 식단 그리고 스트레스를 현명하게 관리하면 식욕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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