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 줄어 1분기 -0.3% 역성장 충격
기업이 '발로 하는 투표'의 미래 결과 새겨야
윤창현 < 서울시립대·경영학부 교수 >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10.8% 줄었다.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7.4%, 전기 대비 -0.1%를 기록했다. 작년 5.6%나 증가해 성장을 견인한 ‘정부 소비(정부지출)’는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를 기록하는 충격적 역성장이 발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1.8%로 2009년 3분기(0.9%) 후 가장 낮았다. 정부지출이 아니었으면 성장률은 더 나빠졌을 것이다.
기업 투자는 여러 가지로 중요하다. 투자가 이뤄지면 총수요는 즉시 증가한다. 건물을 짓고 설비를 사들이면서 기업들이 돈을 쓰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지어진 설비가 가동되면서 제품이 생산·판매되면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 투자가 이뤄질 때 일자리가 생기고, 투자가 완료돼 제품이 생산·판매될 때도 일자리가 추가된다. 투자야말로 경제 내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는 미래에 대한 예상을 반영해 결정된다. 미래가 불확실하면 지금 투자가 준다. 반대로 미래에 대한 예상이 긍정적이면 지금 투자가 증가한다. 이렇게 보면 -16.1% 수준의 투자 감소는 충격적이다. 올해 1분기 총수요는 그만큼 줄어들었고, 이제 시간이 지나면 투자 감소의 부정적 영향으로 일자리 창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작년 한국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해외 직접투자액은 478억달러다. 통계가 집계된 1980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2017년에 438억달러였으니 작년에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해외 투자 증가세는 더욱 뚜렷하다. 2018년 100억달러로 2017년의 76억달러 대비 31.5% 증가했다.
입지조건이 좋은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리면 해당 지역 인구가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 반대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지역은 인구가 감소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 이처럼 해당 지역의 매력도에 따라 인구 이동이 이뤄지는 현상을 ‘발로 하는 투표(voting by feet)’라고도 부른다. 사람들이 직접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 많은 기업이 한국 경제에 등을 돌리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한국 경제의 기업 입지조건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기업들의 ‘발로 하는 투표’가 진행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월 제조업 일자리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8000명 줄었다. 반대로 농림어업 인구는 7만9000명 증가했다. 아무리 봐도 실업자가 귀농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새로운 일자리에 버젓이 포함돼 발표되고 있으니 21세기 대한민국이 ‘농업국가가 돼가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로 노동비용이 올라가고, 탈(脫)원전으로 에너지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법인세 인상과 연구개발(R&D) 세액공제 감축으로 세금비용이 증가하고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로 상장 유지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물건을 값싸게 만들어야 기업 경쟁력이 유지되는데, 거꾸로 고비용 구조를 자초하고 있으니 기업 입지조건은 악화일로고 미래 전망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예측치를 1.8%로 하향 조정했다. 이러니 국내 설비투자는 16.1%나 감소하는데 해외 직접투자는 9.1%나 증가하는 상황이 이해가 간다. 50조원 넘는 이 많은 돈이 해외로 가지 않고 국내에 투자됐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언제까지 자본과 노동을 편가르기 할 것인가. 노동은 자본과 결합돼야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더 많은 소득이 발생한다. 노동이 자본과 더 많이 결합될수록 일할 기회가 많아지고 임금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것이 진정한 친노동 정책이다.
노동을 챙긴다면서 자본에 소홀한 사이 귀중한 자본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노동을 위한다는 친노동 정책이 부메랑이 돼 반노동적 결과로 이어지는 ‘친노동 정책의 역습’을 보며 ‘기업 입지’나 ‘국가 경쟁력’ 같은 단어들이 새삼스러워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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