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만수 기자 ] 서민들과 달리 고액 자산가는 여전히 펀드를 재테크 수단으로 선호한다. 다만 공모펀드가 아니라 사모펀드의 일종인 헤지펀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매년 급성장해 설정액 규모가 올해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육성을 취지로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된 지 7년4개월 만이다.
헤지펀드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다르게 공매도를 활용해 주식시장의 방향성과 관계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공모펀드는 한 종목에 자산의 10% 이상 투자할 수 없지만 헤지펀드는 이런 투자 비중 제한이 없다. 운용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기업공개(IPO) 등도 적극 활용한다.
지난해 코스피200지수가 연간 19.6% 하락하는 와중에도 헤지펀드는 평균 수익률 -0.33%로 선방했다. 같은 기간 주식형 공모펀드는 15.9% 손실을 입었다. 한 펀드매니저는 “공모펀드 매니저가 칼 하나만 들고 싸운다면 헤지펀드 매니저는 창, 활, 방패까지 들고 싸운다”며 “과거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공모펀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정체된 시장에선 헤지펀드를 이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헤지펀드는 일부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다.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이기 때문에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최대 49명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 규정상 투자금액순으로 가입자를 제한할 수밖에 없어서 실제 가입 문턱은 훨씬 높다. 일부 인기운용사는 최소 가입금액으로 10억원을 내걸기도 한다.
헤지펀드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있다. 금융당국은 ‘모험 자본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2015년 전문 사모펀드 운용회사 설립 요건을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완화했고 올초 다시 10억원으로 낮췄다.
헤지펀드가 일부 고액자산가를 위한 시장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2017년 일반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는 사모재간접펀드(여러 개 헤지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공모펀드)를 도입했다. 지난달에는 500만원이던 최소 가입금액을 없애기로 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4개 사모재간접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2.85%에 불과하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8.96%에 한참 못 미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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