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쌀이 금보다 귀해” 제재압박 속 식량증산 사활

입력 2019-04-29 17:15  



(이미아 정치부 기자) 미·북 협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난항을 겪고, 대북제재 강경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북한이 “쌀이 금보다 귀하다”며 농민 독려에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쌀로써 당을 받들자!’는 제목의 정론을 냈다. 약 1만자 분량의 긴 글이다. 이 신문은 “금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쌀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다”는 김일성 주석의 과거 발언을 언급했다. 또 “적대세력들의 제재 압살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부숴버리는 승리의 포성은 농업 전선에서부터”라고 강조했다. 또 “국가 제일주의 기치를 더 높이 들고 나가기 위해서도, 사회주의 우리 집을 더욱 억세게 떠받들기 위해서도 결정적으로 쌀이 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도 언급했다. “중중첩첩 시련과 난관이 막아나섰던 고난의 행군, 강행군 시기 길가에 피여난 뚝감자꽃을 보시면서도 대용식품을 만들어 식량보탬을 하는 인민들 생각에 솟구치는 눈물을 걷잡지 못하시던 위대한 장군님”이란 문장에서다. ‘위대한 장군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사상교육 차원에서 매일 무조건 읽어야 한다. 이런 매체에서 쌀농사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엔 올해 식량난이 여느 때보다 심각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북한은 ‘보릿고개’ 시기다. 보릿고개는 지난해 가을 수확한 식량은 다 떨어지는데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 5~6월 초 굶주리는 시기를 뜻한다. 26년간 북한 전문 취재기자로 일한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북한취재팀장은 “올해 북한의 보릿고개 시기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다”며 “올해엔 3월 말~4월부터 보릿고개에 시달리고 있다고 파악됐다”고 전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월부터 북한 식량안보 실태에 대한 긴급 평가에 착수했다. 결과 보고서는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 공개될 예정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도 최근 북한 외무성이 작성한 내부문건에서 곡물 생산량 감소에 따른 ‘절대적 식량난(absolute shortage)’을 예견하면서 4월 중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지난해부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나름대로 전방위로 뛰면서 대북제재 해제 또는 완화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식량난을 타개하자는 기사에서조차 ‘김씨 왕조’에 대한 찬양이 빠지지 않는 게 북한의 현실이다. 비핵화에 대해서 일언반구 언급도 없다. 김정은이 주민들을 위해 어떻게 자력갱생과 애민정신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끝) /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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