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투자개방형병원, 여기서 멈추면 안돼

입력 2019-04-29 17:55  

"고령사회 의료 수요 충족하고
미래산업으로의 발전도 고려
영리병원 유치 더 적극 나서야"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



지난 17일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 달라는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요구를 거절하고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병원은 2002년 김대중 정부가 외국법인의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을 허용한 뒤 13년 만인 2015년에 허가된 국내 유일의 투자개방형병원이었다.

녹지병원 허가 취소는 정부가 바뀌면서 단순히 ‘의료민영화’라는 반대 논리에 따른 것이어서 정부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따라 손해배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중국 투자자로서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허용하는 투자개방형병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허가됐다가 취소된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병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국민건강보험 환자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개방형병원은 내국인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 허용된다고 해도 건강보험 혜택을 포기해야 하므로 내국인은 굳이 비싼 투자개방형병원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었다.

녹지병원 개설 허가는 ‘의료법인은 무조건 비영리여야 한다’는 의료산업의 지배구조를 다양화, 선진화할 수 있는 최초의 시도였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환영받을 수 있는 의미있는 변화는 아니었다.

우선, 녹지병원은 일반병원과 다를 바 없었다. 병상 수가 100개도 안 되고 의료진은 내국인 9명인 의원급에 불과했다. 외국인 전용이어서 외국인 환자를 활발히 유치하고 있는 국내 유수의 다른 병·의원과 경쟁해야 했다. 둘째, 진료과목도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에 불과해 진료의 특성도 없었다. 입지도 ‘제주헬스케어타운’이란 관광단지여서 주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일상적 진료밖에 할 수 없었다. 셋째, 녹지병원 투자자는 병원 경영 경험이 없는 중국 국영부동산개발회사인 ‘녹지그룹’이다. 어찌 보면 국민건강보험이 가장 민감해하는 ‘사무장 병원’과 다를 바 없다.

이런 형태의 병원을 도입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과 국회는 법을 바꾸면서까지 시민단체와 싸웠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실상 의원급인 녹지병원을 폐원에 이르게 한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개방형병원은 외국인을 위한 의료관광과는 관계가 없다. 투자개방형병원의 본질적 정책 목표는 의료산업 발전과 의료 수요의 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병원의 기능을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 기존 병원이 국민의 의료 욕구를 만족시킨다고는 하지만 소득이 증가하고 고령화와 의료기술 진보가 급속히 이뤄지는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비급여의 급여화’ 등으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자가 커지고 고소득층과 고령자층에 대한 건강보험 진료비 부담이 급격히 늘면 이들을 합법적으로 배제해야 할 구실을 찾게 될 수밖에 없다. 투자개방형병원은 이런 상황에 처한 국민 의료와 의료산업에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투자개방형병원은 우선, 투자자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특정 진료 분야의 의료 수준과 비즈니스 모델 특성을 의료 전문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고도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원격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꼽을 수 있다. 셋째, 내·외국인 환자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내국인의 경우도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투자개방형병원의 투자자는 선진국의 대형 의료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정부는 투자개방형병원 유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투자개방형병원이 국내에 문을 열어 우리 의료인이 그들의 병원 경영 및 의료기술 노하우를 습득하고, 우리도 해외에 진출함으로써 전 세계 70억 의료시장의 허브가 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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