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대치정국…홍영표·나경원 '뜨고' 문희상·조국 '지고'

입력 2019-04-30 14:38   수정 2019-04-30 14:45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는 각 당 정치인들의 부침이 두드러졌다. 이번 정국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당내 등에서 더욱 입지를 굳힌 정치인들이 있는가 하면, 이미지 악화나 리더십 손상 등 타격을 입은 정치인들도 눈에 띄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의 ‘산파’로 부각됐다. 정치권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공조가 좌초됐다는 소문이 파다했을 때도 그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과 꾸준히 접촉하며 법안 내용을 물밑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를 설득, 야 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원안에서 다소 후퇴해 제한적 기소권을 갖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을 받아들여 이번 패스트트랙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열성 지지자들이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안 된다’고 반발했지만, 별다른 잡음 없이 여야 4당의 합의안을 추인받는 데 성공해 당내 장악력을 입증했다. 다만 향후 선거제 개편안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역구를 잃는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 화살이 홍 원내대표에게 향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전망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 엘리트 정치인’에서 ‘투사’로서의 이미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수석대변인’과 같은 강경 발언으로 ‘나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은 데 이어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선봉에 서면서 야당 원내대표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다는 것이다. 다만 강성·불통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향후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본인도 패스트트랙 저지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당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 추인을 이끌어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같은 당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보임(위원 교체)시키면서까지 강력히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였고, 막판 당내 반발에 권은희 의원의 공수처 법안 상정을 받아들이는 절충안 제시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러나 불법 사보임 논란에 휘말리고, 민주당과의 뒷거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일부 상처를 입기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성추행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24일 오신환 의원 사보임 문제에 대해 항의하고자 의장실을 다른 의원들과 함께 집단방문한 임이자 한국당 의원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는 등 신체접촉을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대검찰청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배당, 앞으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번 사건과 관련, 임이자 의원에 대해 “남자인 줄 알았다”고 하는 등 비하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패스트트랙 여야 4당 합의문이 발표되기도 전에 자신의 SNS에 “합의문에 찬동한다”는 글을 올려 야합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조 수석은 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국회선진화법 처벌조항을 SNS에 적시해 “청와대가 야당 겁박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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