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좌파독재' 발언 반복하는 까닭은

입력 2019-04-30 16:07   수정 2019-04-30 16:11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살해당했다. 그리고 독재가 부활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대변인)

“국민들이 독재라는 말을 지금 들었을 때 과연 그런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독재라는 것은 뭐겠나. 권력자가 자기 맘대로 하는 거다. 한두번 한 거야 그렇게 말할 수 없지만 조직화되고 체계화돼서 굳어지면 그게 독재다. 그래서 우리가 문재인 정부를 독재라고 하는 것이다. 좌파독재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좌파 독재.’ 최근 한국당이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날을 세울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30일 한국당 긴급 의원총회엔 ‘문재인 독재자’ ‘민주주의는 죽었다’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추진한 일은 ‘4·29 좌파 정변’이라고 했다. 지난달엔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도 만들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지금 한국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확 튀는 단어로 지지층을 결집시켜 내년 총선에서 승부 보는 것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사람들을 만나보면 좌파독재라는 표현에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패스트트랙 등 국회 현안에서 고립돼있는 한국당의 돌파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날 “독재 통치자들의 후예가 독재 타도를 외치고, 헌법을 유린한 사람들 후예가 헌법 수호를 외치는 국회”라고 꼬집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 진짜 독재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 중엔 지금도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도 많은데 어떻게 한국당이 그런 용어를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일각에서도 ‘색깔 발언’에 대한 수위를 조절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한국당 의원은 “당이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것 같다”며 “집토끼부터 잡자는 생각인 것 같은데 수구정당으로 이미지가 박히면 나중에 회복이 안 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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