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사의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1경6304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사와 기업의 헤지(위험회피)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금융사의 장외파생상품 총 거래 규모가 1경6304조원으로 전년 대비 16.8%(2342조원)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기초자산별로는 통화가 기초자산인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1경2538조원으로 12.5%(1396조원) 늘었다. 미국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은행권에서 대고객거래와 이를 헤지하기 위한 물량이 늘었다. 증권사의 해외투자를 위한 외화조달자금의 헤지 수요 증가도 거래 활성화 요인으로 꼽혔다.
같은 기간 이자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3493조원으로 34.8%(901조원) 급증했다. 금리인상 우려 등 금리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헤지를 위한 이자율 스와프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또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23.9%(43조원) 뛴 223조원으로 집계됐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이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115조9000억원에 달하면서 발행 증권사들이 이를 헤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식스와프를 거래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신용이 기초자산인 장외파생상품 거래는 12.3%(3조1000억원) 증가한 2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 변화와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중국 리스크 우려 등으로 한국 및 중국 국채 또는 중국 관련 기업 채권 등을 준거 자산으로 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역별 거래 규모는 은행의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1경3528조원으로 전체의 83.0%를 차지했다. 증권사 1992조원(12.2%), 신탁 569조원(3.5%), 보험 209조원(1.3%) 등 순이었다.
지난해 말 금융사의 장외파생상품 잔액도 역대 최대치인 9279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6.8%(1332조원) 증가한 수치다.
기초자산별 잔액은 통화 관련 장외파생상품이 3256조원으로 2017년 말보다 15.6%(440조원) 늘었다. 이자율 상품 잔액은 5829조원으로 17.0%(849조원) 성장했다.
주식 관련 장외파생상품 잔액은 30.0%(21조원) 늘어난 91조원을 기록했고, 신용 상품 잔액은 15.9%(11조2000억원) 확대된 8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회복됨에 따라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비청산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증거금 교환 의무, 거래정보저장소(TR) 도입 등 거래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시장 개혁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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