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의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딸을 보며 전학을 고려 중인 A씨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초등학교 6학년인 A씨의 딸은 평소 친구들과 잘 지내고 인기도 제법 많은 아이였다. 그러나 올해 돌연 교우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같은 반이 된 여자아이 한 명과 딱히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 편성이 된 후 A씨는 걱정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딸이 잘 적응해 금방 친구들과 친해지리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후 다른 친구와 친해졌다는 딸의 말에 안심했고, 그렇게 어느덧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딸이 점점 학교생활을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A씨는 간혹 딸로부터 머리와 배가 아파 점심을 안 먹었다는 말을 들었다. 심지어 다른 아이의 엄마는 등교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아픈 것 같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A씨는 딸이 학교생활을 심각한 수준으로 버거워한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됐다. 교내 학교 폭력 예방 및 안전 관리를 위해 폴리스를 돌던 다른 학부모 B씨로부터 딸이 불 꺼진 교실에 혼자 앉아있었다는 말을 전해 들은 것. B씨는 "아이가 운 것 같은 얼굴로 배가 아파서 점심을 안 먹었다"고 말했다.
놀란 A씨는 바로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 조퇴를 부탁했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A씨를 안고 엉엉 울며 학교생활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사실 A씨의 딸은 친구가 없었다. 첫날부터 대여섯 명의 아이들은 이미 무리를 지어 다닌 탓에 A씨의 딸은 친해지고 싶은 아이한테 다가가도 딱히 환영을 받지 못했다. 같이 다닌다고 말했던 아이 역시 A씨의 딸이 혼자 있는 게 싫어 따라다닌 상황이었다.
A씨의 딸은 아픈 친구와 보건실을 다섯 번이나 같이 가주고, 자기 물을 통째로 내어 주기도 했지만 친구들의 반응은 달랐다. 아이들은 A씨의 딸과 어울리는 걸 피했고, 자유 시간인 체육시간에도 실내화 가방을 지키라고 하고는 같이 놀아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A씨의 딸은 스스로 왕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밥도 못 먹고 혼자 교실에 앉아 울고 있었다는 것.
A씨의 딸은 이 상황이 악몽같고, 믿을 수 없다며 괴로워했다.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누구한테 말을 걸어야 하나 고민한다며 학교 가는 게 매일 지옥 같다고 했다. A씨는 속상한 마음에 딸을 안고 같이 펑펑 울었다.
한참을 울던 A씨는 상처받은 딸을 보며 '전학을 보내야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세방이라도 구해서 전학을 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A씨의 딸은 "일 년만 참으면 졸업이니 견뎌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A씨는 주눅이 들어 있는 딸의 모습이 계속 신경 쓰였다. 아이가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모습이 상상돼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전학을 가도 이미 정해진 무리끼리 노는 건 다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겨내고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 내 딸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바로 전학 보낼 것",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아이가 상처 받기 전에 전학을 가야할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참는다니 마음이 아프다", "지금 나이에 저러면 성격도 변할 수 있다", "아무 생각 말고 아이를 최우선에 두고 절대 보호해라",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밝은 모습을 되찾기 어려워진다",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교내 따돌림의 경우 학교폭력과 달리 다소 경시되는 분위기가 있어 피해 아이들이 부모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숨기려는 경향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기다리는 것은 결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현재 각 학교에서는 배움터지킴이를 배치해 학교 폭력 예방이나 학교 내외 순회지도를 하고 있다. 이같은 제도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교내 문제점을 파악하고 예방할 수는 있으나 학생들 개개인의 세부적인 생활 태도 및 심리적인 부분까지 들여다보기는 어렵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따돌림은 심리적인 불안을 동반하기에 피해 학생의 변화된 행동을 통해 제3자가 충분히 파악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학교와 가정에서의 전방위적인 모니터링과 관심으로 예방은 물론 개선의 여지까지 충분하다. 우선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주기적이고 심도 있는 상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담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공조가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학업 외 교우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을 정식적으로 개설해 학생들간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예방책도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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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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