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은행(IB) 부문의 특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중소기업특화증권사 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총 779억원을 조달한다. 이 중 310억원을 IB부문, 부동산금융과 구조화금융 등 기업금융을 확대하는 데 투입할 예정이다. 300억원은 자기자본투자(PI) 부문의 재원으로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와 메자닌 투자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도 지난해 투자금융실을 신설하고 기존 SF2팀을 투자금융1팀과 투자금융2팀으로 확대 재편해 IB와 PI부문 강화를 예고했다. 유진투자증권 현대차증권 KTB투자증권 등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도 IB부문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기특화증권사 제도가 먹거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이 이들의 생존전략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다.
중기특화증권사는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이용을 돕는 제도다. 중기특화증권사에 대해서는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영업기회를 제공한다. 성장사다리펀드와 증권금융을 통한 자금지원의 혜택도 있다.
현재 중기특화증권사로 지정된 곳은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등 6곳이다. 하지만 실적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기업공개(IPO)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 기준 키움증권이 8건, IBK투자증권이 2건, 유진투자증권 2건, SK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각 1건에 불과했다.
한 중기특화증권사 관계자는 "중기특화증권사로 지정돼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며 "각 사마다 불만사항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형 증권사로 지정됐을 때의 혜택에 비해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향후에도 꾸준히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IB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대형사처럼 큰 자본을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주식매매 중개(브로커리지)보다 나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 IB"라고 했다.
전문가들는 중기특화증권사들의 사업은 중소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도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중소 및 벤처 기업에 특화된 기업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규모와 상관없이 많은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상대적으로 작은 거래 규모 때문에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수익도 크지 않다. 중소형 증권사들만의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기특화증권사들의 업무, 즉 모험 자본을 공급해 신생 기업을 키워내는 일은 위험도가 상당히 높은 분야로 중소형증권사는 물론 대형증권사에게도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짚었다.
대형 증권사들은 초대형 IB로 전체 시장을 이끌고, 중소형증권사들은 IB특화증권사 WM특화증권사 등 각자의 특징을 살려 영업하는 것이 이상적인 형태란 판단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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