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약속과 달리 아이를 갖자고 요구하는 남편과 시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A씨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결혼 3년 차인 A씨는 연애 시절부터 남편과 아이를 갖지 않기로 약속했다. 아이들을 크게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육아를 잘 해낼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결혼 전 남편은 물론, 양가 부모님께 '딩크(Double Income No Kids,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허락받았다. 친정어머니는 약간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오히려 시댁은 상관없다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A씨의 남편에게는 한 명의 형이 있었다. 결혼 당시 형 B씨는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고, 와이프는 임신 중이었다. 현재는 임신 중이었던 막내딸까지 낳아 키우고 있다.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A씨였지만 B씨의 아이들은 예뻐 보였고, 또 잘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A씨는 시댁을 갈 때면 항상 아이들의 선물을 사가곤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댁을 방문한 A씨는 B씨 가족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B씨의 아내는 "아이가 셋이 되니 힘들어서 자주 시댁에 온다. 시부모님이 아이들이랑 놀아주니 허리 좀 편다"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A씨의 남편은 갑자기 "그럼 아이 한 명은 우리 집에 맡겨달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장난이겠거니 생각한 A씨. 그러나 분위기는 어느새 A씨 부부가 주말마다 B씨의 아이를 맡아주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A씨는 아이를 셋이나 둔 B씨의 아내를 보며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그날은 둘째 조카를 집으로 데리고 와 하루 놀아주고 다음날 다시 데려다줬다. A씨의 남편은 아이랑 놀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A씨를 향해 "아들이면 이렇게 놀아줄 수 있고, 딸이면 보고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후로 A씨의 의사에 반하는 임신 권유가 시작됐다. 시댁에서 아이를 가지라고 압박을 하기 시작한 것. A씨의 시부모님은 전화를 해 "아범이 아이를 너무 좋아하더라. 조카들 아끼는 거 못 봤냐"면서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아이를 가지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불편해진 A씨는 남편에게 하소연했지만 남편은 오히려 "아이가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라는 답을 내놨다.
결혼 전 아이를 갖지 않기로 동의했던 남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황당한 마음에 따져 묻기 시작한 A씨. 하지만 남편은 "조카들이 너무 예쁘다"라면서 한술 더 떠 A씨 여동생의 자녀들까지 주말에 대신 봐주자고 말했다. 그렇게 남편은 저녁만 되면 아이를 낳자며 A씨를 설득하려 했다.
날이 갈수록 시어머니와 남편의 압박은 심해졌다. 시어머니는 A씨를 향해 "정이 없는 여자다",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쩌냐"라는 말까지 쏟아냈다. 남편은 한 마디 의논도 없이 A씨의 여동생에게 주말 동안 아이들을 대신 봐주겠다고 연락하기도 했다.
아이를 가질 마음의 준비도, 계획도 없는 A씨는 이런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결혼 전에 충분히 동의한 부분이었기에 남편의 태도 변화가 스트레스라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조카들이야 가끔 보니까 예쁜 거다", "아이를 함께 봐주지 말아라", "주말마다 독박 육아 하다 보면 알아서 나가 떨어지게 돼 있다", "딩크 전제하에 결혼했으면서 왜 딴소리하냐", "원래 잠깐 보는 남의 자식이 예쁜 법이다", "이건 어느 한 쪽이 양보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아이가 생기면 거기서 오는 또 다른 행복이 있을 수도 있다", "남편과 대화해야지 시어머니가 자꾸 전화하는 건 오히려 안 좋은 방법인 듯", "자녀에 관한 문제가 합의 안 되면 결혼생활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20~30대 미혼 성인남녀 8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딩크족 계획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3.9%가 "그럴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응답자는 딩크족 증가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96.8%)고 답했다.
딩크족이 되겠다는 이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8.8%), '임신, 출산에 따른 직장 경력 단절 우려'(34.5%), '육아에 자신이 없어서'(32.7%), '배우자와 시간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26.8%),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17.9%) 등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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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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