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작성한 당사자 간 약정서…이혼 때 재산분할의 중요한 잣대

입력 2019-05-07 16:31  

돈버는 습관

<16> 부부재산약정

부채가 재산보다 많을 경우
채권자 강제집행 막는
법률적 효과 발휘할 수도



최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그가 보유한 지분 4분의 1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부인 매킨지 베이조스와 이혼에 합의했다. 당초 이혼으로 매킨지가 받을 재산은 베이조스 재산의 절반인 7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워싱턴주 법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결혼 후 형성된 재산은 이혼 시 절반씩 분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 분할 규모는 40조원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들이 혼전계약서를 작성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혼전계약서가 일반화돼 이혼 시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 지급이 이 계약서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어떨까. 미국과 달리 혼인 전에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법에도 혼인 전에 부부간 재산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등기할 수 있는 ‘부부재산약정’이라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부부재산약정이 미국 혼전계약서와 달리 이혼을 전제로 한 계약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부부재산약정이 전혀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부부재산약정은 이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혼하면서 당사자 간 재산 분할 합의가 되지 않아 법원에서 이를 다투게 되면 법원은 혼인 기간, 이혼에 이른 귀책사유, 재산 형성 기여도, 재산 규모, 이혼 후 경제활동 가능성 등 작은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당사자 간에 재산에 관해 약정을 체결한 사실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 재산을 소유·관리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는지 법원이 들여다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부부재산약정은 재산 분할을 결정짓는 ‘기타 사정’으로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혼할 때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에 한정된다. 부부 중 어느 한 명이 부모로부터 증여·상속받거나 혼인 전에 일군 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내용을 부부재산약정에 명시해 둔다면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재산을 주장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부재산약정은 소유권 분쟁이 발생하기 쉬운 고가 골동품이나 보석 등이 누구 소유인지 증거를 남긴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민법에 따르면 부부 중 누구 소유인지 판명되지 않은 재산은 부부가 공동 소유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이 채무 초과 상태가 돼 채권자가 강제집행에 나설 경우 문제가 된다. 채권자는 부부라는 이유로 채무자의 배우자 재산에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부간 소유권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재산은 부부 공동 소유이므로 그 절반에 대해 강제집행할 수 있다. 이때 부부재산약정에서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이를 등기했다면 그 내용으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어 강제집행을 막을 수 있다.

한국의 부부재산약정이 미국의 혼전계약서처럼 광범위한 효력을 인정받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때로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이혼 시 재산 분할에서도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되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박현진 <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변호사 hyunjin.park@miraeass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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