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사전준비 분주
금융노조들 거센 반발
[ 강경민 기자 ] 주요 은행들이 4년 만에 부활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를 앞두고 일제히 미스터리쇼핑(암행점검) 예행연습에 나섰다. 미스터리 쇼핑은 금감원 위탁을 받은 외주업체 직원들이 소비자로 가장한 뒤 영업점을 방문해 직원 서비스 수준과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점검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미스터리쇼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사전 점검에 착수한 것이다.
전국 영업점 대상 모의 사전점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달 초 전국 600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자체 미스터리 쇼핑을 시행하는 외주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사전 점검은 금감원의 미스터리 쇼핑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객으로 가장한 외주업체 직원이 영업점 창구를 방문해 상담받는 방식이다. 기업은행은 점검 결과 미흡한 점이 적발된 영업점은 2주 이내에 개선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할 방침이다.
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도 이달부터 전국 영업점을 대상으로 본사 차원의 자체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 점검도 금감원의 미스터리 쇼핑과 비슷하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8일 공개한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을 통해 미스터리 쇼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스터리 쇼핑 대상 상품도 집합투자증권, 파생결합증권, 장외파생상품, 변액보험 등 4개 상품에서 저축성보험, 실손보험, 개인형퇴직연금(IRP),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으로 확대됐다.
금감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미스터리 쇼핑 점검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씨티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이 낙제점을 받았다. 미스터리 쇼핑 등급은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저조 등 5단계로 나뉜다. 신한 KEB하나 농협 SC제일 경남은행 등 5개 은행은 가장 낮은 ‘저조’ 등급을 받았다.
실효성 의문 제기하는 금융권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부터 미스터리 쇼핑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미스터리 쇼핑에서 또다시 낮은 등급을 받으면 종합검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종합검사 대상 선정 시 핵심 항목으로 민원 및 불완전판매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미스터리 쇼핑이 불완전판매 근절이라는 당초 취지보다 직원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객 불만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지난달 윤 원장과의 면담에서 직원들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을 주는 현행 미스터리 쇼핑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의 미스터리 쇼핑뿐 아니라 은행 차원의 자체 사전점검까지 수시로 진행되면서 영업점 직원들이 큰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 금융노조의 주장이다.
미스터리 쇼핑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근무 경력이 오래된 직원들은 고객으로 가장한 외주업체 직원들을 단번에 알아본다”며 “이 쇼퍼 한 명에게 직원들이 장시간 매달리면서 다른 고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미스터리 쇼핑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미스터리 쇼핑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또 다른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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