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훈 기자 ] 사방이 하얀 공간에 흰 셔츠가 매달려 있다. 그 옆엔 흰 의자와 흰 하이힐 한 켤레가 있고, 그 위로 파란 나비 한 마리가 날고 있다. 셔츠 주머니엔 작고 푸른 나비가 비친다. 사진가 임안나 씨의 ‘사물에 기댄 상상’ 전시 사진의 하나인 ‘셔츠와 나비’란 작품이다. 임씨의 사진에는 여러 사물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사물들의 관계는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의 규칙이나 관념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관람자들은 이 작품이 무얼 말하려 하는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오랜 시간 사진을 바라보면서 관람자들은 자연스럽게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 작품은 무채색의 도회적 사물들 사이에서 날개를 편 푸른 나비가 보인다. 건조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에 숨어 있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꿈을 상징한다. 다르게 느껴도 상관 없다. 작가의 의도가 그렇다. 몽환적인 장면을 바탕으로 우리는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 된다. (서이갤러리 26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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