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협'에 보복 예고한 중국…무역갈등 전면전 치닫나

입력 2019-05-08 17:44  

中 "양보는 없다"…G2 무역전쟁 다시 '强 대 强'

불안 커진 글로벌 증시 급락



[ 강동균/주용석 기자 ]
미국과 중국(G2)의 무역전쟁이 다시 ‘강(强) 대 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율 인상 위협에 중국이 강경 대응할 방침을 내비치면서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협상팀이 미국에 추가로 양보하는 방안을 건의하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를 일축했다고 8일 보도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은 모든 가능한 결과에 대해선 자신이 책임질 것이라며 협상팀에 강경한 태도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전날 사설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것들에는 상대가 어떻게 굴든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양보를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내놓은 사설에서 “필요하다면 기꺼이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이 예고대로 10일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즉각 보복 관세를 매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주요국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9일 워싱턴 담판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

미국과 중국이 무역담판을 앞두고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실제로 ‘관세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월가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10일(현지시간)부터 2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10%→25%)이 현실화할 확률이 50%가 넘는다는 경고도 나온다.

트럼프, 매파 손 들어줘

9~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양측 모두 강경파가 득세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경고는 백악관 내 매파(강경파)의 승리”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최고의 매파는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강경파의 손을 들어줬을 뿐 아니라 과거 스스로를 ‘관세맨’이라고 부를 만큼 원래부터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중 무역협상 결렬 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등 온건파의 조언에 따라 무역협상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올 들어 미 경제의 성장세가 탄탄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 CNBC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내가 얘기해본 사람들은 ‘3.2%(전분기 대비 연율 환산) 성장과 3.6% 실업률이란 두 가지 숫자가 모든 걸 결정했다’고 말한다”며 “그 숫자가 나왔을 때 모든 게 바뀌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서 “중국이 협상 타결을 위해 미국에 온다고 방금 알렸다. 지켜보자”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나는 미국 금고에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의 관세가 쌓이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며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USTR은 이날 관보에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일부터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강경으로 돌변한 중국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관세 인상 계획을 처음 밝혔을 때만 해도 정면대결보다 협상을 강조했다. 상하이증시가 5% 넘게 폭락했을 때 중국 관영 매체는 침묵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한 언론 보도와 소셜미디어를 통제했다.

하지만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 협상팀의 추가 양보 건의를 거부했다”고 8일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사설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것에는 상대가 어떻게 굴든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협상에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는지 보기 위해 테이블을 뒤엎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화통신도 “협상에 또 파란이 일었지만 중국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은 지금의 입장 변화가 가져올 악영향을 깊게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면) 중국은 즉각 보복 관세로 정면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 역시 사설에서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중국이 미국산 대두, 과일, 고기, 에너지, 비행기 등의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기류 변화 배경으론 우선 중국의 경기회복 조짐이 꼽힌다. 올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6.4%(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1분기 산업생산도 1년 전보다 8.5% 급증했다. 올해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인 만큼 시 주석이 미국에 지나치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전면전 가면 세계 경제 치명타

미·중이 ‘강(强) 대 강’으로 맞서면서 월가에선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출연,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관세를 인상할 가능성이 50%가 넘는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관세 인상 가능성을 40%로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투자자에게 “안전띠를 단단히 매야 한다”고 밝혔다.

UBS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0.45%포인트 깎아먹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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