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3년 만에 33만 가구 이용
셋톱박스 판매로 400억 매출
[ 유재혁 기자 ]
인터넷TV(IPTV) 서비스가 2009년 12월 시작된 이후 가입자가 계속 감소해온 케이블TV방송업계에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박스인 ‘딜라이브 플러스’ 돌풍이 일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딜라이브는 2016년 6월 유료방송(케이블TV·IPTV·위성방송) 업계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계약해 출시한 딜라이브 플러스 판매량이 지난달 말 33만 대를 넘어섰다고 8일 밝혔다. 딜라이브 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를 TV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장치다. 출시 1년2개월 만인 2017년 8월 누적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었고, 지난해 4월과 12월 각각 20만 대와 30만 대를 돌파했다. 대당 소비자가격이 평균 1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396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유튜브 TV 시청 수요 잡아
딜라이브 플러스를 설치하는 가정이 늘어난 것은 지난 3년간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모바일과 PC 모니터의 작은 스크린을 벗어나 대형 TV 화면으로 콘텐츠를 보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이듬해부터 ‘옥자’ ‘범인은 바로 너’ 등 한국 콘텐츠를 제작해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지난해부터 ‘킹덤’ 등을 앞세워 가입자를 대폭 늘렸다. 앱(응용프로그램)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지난 3월 말 넷플릭스 모바일 이용자를 153만 명으로 추산했다.
‘보람 튜브’ 등 유튜브 인기 아동용 콘텐츠를 아이들이 TV를 통해 볼 수 있도록 부모들이 이 장치를 구입한 것도 한몫했다. 주부 이성주 씨는 “아이들의 시력이 나빠질까봐 딜라이브 플러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휴대폰이나 노트북 스크린에 비해 눈의 피로가 확실히 덜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무료 앱 콘텐츠를 늘린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 현재 딜라이브 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무료 콘텐츠는 3만2000편에 달한다. 딜라이브는 코딩 교육이나 역사 강의 등 교육 콘텐츠와 생활, 스포츠, 교양물 등을 대거 선보였다. 유럽 최대 콘텐츠 플랫폼인 데일리모션과 국내 아프리카TV 등과도 제휴했다. 직장인 김지영 씨는 “주말에는 넷플릭스의 영화와 드라마, 다양한 앱 콘텐츠를 TV 화면으로 시청한다”며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연결해 음성으로 모든 기능을 통제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신기술 접목해 편의성 높여
딜라이브 플러스 서비스가 처음 선보였을 때 많은 미디어 전문가는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국내에선 모바일로 영화와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토종 서비스들이 자리잡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모바일의 약점인 작은 스크린 대신 큰 스크린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보기’가 확산되는 시대에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는 OTT가 강력해질 것이며 그것의 최대 약점을 보완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딜라이브는 신기술을 접목해 이 장치의 편의성을 높여 나갔다. AI 스피커 카카오미니와 연동해 음성명령으로 콘텐츠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에서 나아가 실시간 중계로 콘텐츠를 전송하기도 했다. 지난달 아프리카TV와 함께 학생농구리그를 개최해 실시간으로 중계한 게 대표적이다.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는 “더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해 모바일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며 “이를 통해 딜라이브 플러스를 온 가족이 거실 TV에 모이게 하는 소통 미디어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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