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수입 규제 확산 막으려
WTO 존중한다더니 말 바꿔
[ 김동욱 기자 ] 일본 정부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WTO 개편안’을 제안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한 WTO 무역 분쟁에서 한국에 패소하자 WTO의 분쟁해결 체계에 대해 ‘생트집’ 잡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제네바 WTO 회의에서 WTO의 분쟁해결 체계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WTO의 분쟁해결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는 가맹국이 많다”고 강변했다.
일본 정부는 상소기구가 한 번 내린 판정이 향후 분쟁해결의 선례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맹국과 상소기구 사이에 정기적으로 대화의 장을 만들 것과 상소기구가 ‘늦어도 90일 이내’라고 정해진 판단 기한을 지킬 것 등을 WTO에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WTO 상소기구의 판정이 다른 분쟁해결의 선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은 한국과의 분쟁에서 패소한 것이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WTO 판결에서 한국에 패한 이후 줄곧 WTO ‘흠집 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WTO 상소기구 위원이 7명 정원 중 3명뿐이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유럽과 북미를 순방하며 만난 각국 정상들에게 WTO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WTO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가 WTO 조치 위반인지 아닌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억지성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일본의 주장에도 다른 분쟁해결 절차와 달리 WTO에 대해서만 기존 판결이 판례 역할을 못하도록 막는 것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동의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스스로 WTO 1심 판결 승소 후 “WTO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례가 있는 만큼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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