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아동 학대사건' 모티브
김혜수 "힘들죠" 한마디에
전화기 붙잡고 엉엉 울기도
[ 유청희 기자 ]
“정말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래도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아이들을 위해 꼭 해야 했던 작품입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어린 의뢰인’에서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 역을 연기한 배우 유선(사진)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어린 의뢰인’은 2013년 새 엄마가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칠곡 아동 학대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실제 사건을 한 변호사의 시각에서 재구성했다.
유선은 남매를 학대하는 새 엄마 지숙을 연기했다. 2017년 아동학대 근절 홍보대사로도 활동한 그로선 당혹스러울 법한 캐릭터였다. 유선은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그 목적과 역할이 달라 부담이 컸다”며 “그래도 내 직업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큰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촬영 현장에는 아역 배우들을 위한 심리상담사가 배치됐다. 수많은 스태프와 감독, 배우들이 아이들을 챙기고 연기와 실제를 구분하도록 애썼다고 한다. 하지만 학대하는 연기를 한 성인 배우에게도 상담과 위로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힘든 연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그래야 사람들이 피해자와 공감할 거라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저의 숙제라고 생각해서 많이 두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유선은 선배인 김혜수와 전화통을 붙잡고 엉엉 운 이야기도 들려줬다. 가장 힘들었을 때 김혜수가 “드라마와 영화, 다 찍느라 힘들고 바쁜 것 같다”며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 고마운 마음에 김혜수에게 전화를 건 유선은 “요즘 많이 힘들죠”라는 한 마디에 울음을 터뜨렸다. 김혜수는 영문도 모른 채 전화기 너머로 같이 울어줬단다.
“그게 큰 힘이 될 줄 몰랐어요. 그래서 용기를 갖고 연기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저에게도 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요?”
2001년 데뷔한 유선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왔다. 현재는 KBS2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워킹맘으로 분투 중이다. 2012년 영화 ‘돈 크라이 마미’에서는 성폭력 피해자인 딸을 위해 싸우는 엄마 역을 맡기도 했다.
“영화가 사회에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믿어요. 허구의 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영화도 좋아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로 대화의 장을 여는 것도 영화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해요. (아동·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도가니법’을 만들게 한 영화 ‘도가니’처럼 ‘어린 의뢰인’도 사회적 영향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참여했습니다. 다음에는 저도 (가해자가 아니라) 정의로운 역할로 참여하고 싶어요.”
유청희 한경텐아시아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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