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신뢰위반 아니다"…외교 치적 깨질라 '수위조절'

입력 2019-05-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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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 미사일일 뿐" 강조
대선 앞두고 '협상 유지' 전략



[ 임락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북한이 지난 9일 발사한 미사일과 관련해 “단거리 미사일일 뿐이고, 신뢰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응 수위 조절에 나섰다. 발사 당일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로키(절제된)’ 대응으로 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분야에서의 최대 치적으로 자부해온 북핵 협상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화가 났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며 “그것들은 단거리였고 매우 일반적인 것(군사훈련)”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부는 심지어 미사일도 아니었다”는 말도 두 차례 반복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데 기준이 되는 ‘탄도 미사일’이라는 표현은 아예 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지점에 가서는 신뢰 위반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미사일을 쏜 9일 보였던 반응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그는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협상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9시간 만에 석탄을 불법으로 운송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을 압류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달래기’에 나선 것은 북핵 협상이 깨졌을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계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최대 외교 실적으로 꼽아왔다. 비핵화 협상이 수포로 돌아가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그에게 정치적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게 미국 정가의 분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와의 외교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불량국가들을 길들이겠다고 했지만 지금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등 70개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은 1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2020년 NPT 평가회의를 위한 제3차 준비위원회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해 북한에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중단하고 미국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지속하라고 촉구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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