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세 실종·호가 하락
[ 양길성 기자 ]
지난 7일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경기 고양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 1000여 명(신고인원)은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해지고 지역 슬럼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12일 규탄 시위를 했다. 일산과 파주, 인천 서구 등 신도시 영향권에 있는 지역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12일 일산서구 아파트 시장에선 매수세가 실종됐다. 후곡마을 K공인 관계자는 “매물을 얼마나 더 싸게 내놔야 팔리겠냐는 집주인들 문의만 온다”며 “수천만원은 우습게 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3호선 주엽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소식을 듣고 누가 집을 사겠냐”며 “지난해 5억원 하던 전용 84㎡ 아파트값이 최근 4억2000만~4억3000만원으로 내려왔지만 거래되려면 이보다 더 호가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서구 일산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산신도시는 늙어가는데 일산보다 교통이 좋은 서울 인근에 새 아파트가 계속 들어서니 버텨낼 방법이 없다”며 “후곡마을 16단지는 학군, 학원시설이 좋아서 한때 ‘일산의 대치동’으로 불리던 인기 아파트였는데 다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파주 운정신도시도 얼어붙고 있다. 운정신도시 B공인 대표는 “당장 급매물이 쏟아지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신도시 발표 후 실수요자도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했다.
인천 검단신도시도 지난해 말 인천 계양신도시 발표에 이어 부천 대장신도시가 추가되면서 더 냉랭한 분위기다. 인천 서구 당하동 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5㎡는 작년 9·13대책 전 3억7000만~3억8000만원이던 매매가격이 최근 3억4000만~3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검단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달부터 새 아파트 분양이 쏟아지면서 ‘미분양 무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데 누가 집을 사겠느냐”고 반문하며 “호가를 2000만원 정도 더 낮춰야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건설의 계기가 된 서울 강남권은 정작 신도시 발표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포동 L공인 대표는 “3기 신도시 위치가 강남 대체지역이 아니어서 안도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최근 호가가 오른 데다 3기 신도시 지정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수 대기자들이 잠시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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