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서프라이즈'
미래에셋대우, 순이익 1682억
증권사 추정치보다 32% 많아
메리츠·하나금투도 크게 늘어
[ 오형주/최만수 기자 ] 주요 증권사가 지난 1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냈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개인고객(리테일)은 물론 자기자본투자(PI)와 트레이딩 등 각 부문 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순이익 81.6% 급증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중 이날까지 1분기 실적을 내놓은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7개사의 순이익 합계는 8604억원으로 전년 동기(7406억원) 대비 16.2% 증가했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1587억원으로 작년 1분기(874억원)보다 81.6% 급증했다. 증권사 예상치 평균(900억원대)을 70% 이상 웃돈 ‘깜짝 실적’이다. 키움증권은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엔 증시 급락 등으로 220억원가량 순손실을 냈다.
이번엔 4분기 적자 원인이었던 주식 관련 자산평가손익이 올해 증시 회복에 따라 흑자전환하면서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 키움증권은 1분기 PI(763억원)와 연결 대상 투자조합(219억원) 등에서 1162억원에 이르는 평가처분이익을 올렸다. 정태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월 국채 금리 급락으로 채권운용 이익이 늘어나는 등 일회성 요인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한 171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작년 4분기엔 주가연계증권(ELS) 등 트레이딩 부문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순이익이 2017년 4분기에 비해 82.7% 급감한 117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불과 한 분기 만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ELS 조기 상환이 크게 늘면서 트레이딩 수익이 개선됐고, 작년 4분기 이연된 서울스퀘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삼성SDS 타워 인수 등 투자은행(IB) 부문 수익 인식 효과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순이익이 1682억원으로 전년 동기(2007억원) 대비 16.2% 줄었지만 증권사 컨센서스(1269억원)를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은 269억원이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해외 법인에서 작년 1분기보다 13.8% 증가한 428억원의 세전 순이익을 내는 등 해외 비즈니스 확대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7%, 49.2% 증가했다.
2분기에도 ELS 조기 상환 ‘훈풍’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도 증권사들이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실적을 좌우하는 지표인 증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지난달 9조6000억원으로 3월 대비 4.9% 늘었고, ELS 등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중단된 ELS 조기 상환이 연초 국내외 증시 여건이 개선되면서 재개돼 지난달 사상 최대인 10조원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가 이달 들어 미·중 무역분쟁 재발 가능성 우려 등으로 하락세로 접어든 만큼 2분기 이후 증권사 실적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2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6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1%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증권사 실적에 반영된 주식 배당금 수익이 2분기부터 사라지는 데다 국내 증시 및 홍콩H지수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주식 평가처분이익 규모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채권금리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채권운용 이익도 1분기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최만수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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