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후반 국정 추진 탄력
[ 설지연 기자 ] 필리핀의 ‘스트롱맨(철권통치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사진) 진영이 지난 1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압승할 것이란 중간개표 결과가 나왔다. 다음달 6년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선거로 의회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사형제 부활, 연방제 개헌 등의 정책 추진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14일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4%가량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상원 절반인 12석 가운데 9석을 ‘친(親) 두테르테’ 인사들이 차지할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
상원의원 당선이 유력한 두테르테 진영 인사로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딸인 이미 마르코스와 두테르테 대통령의 전 수석 보좌관 크리스토퍼 봉 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실행에 옮긴 로널드 델라 로사 전 경찰청장 등이 포함됐다.
두테르테 대통령 자녀들도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시장이 지지하는 후보들이 대거 상원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장남 파올로는 하원의원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두테르테 대통령 차남 서배스천도 다바오시 부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PDP-Laban) 연합은 하원에서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원 의석은 총 24석 중 5석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상원 의석도 대폭 늘리게 됐다.
친정부 인사들이 대거 상원에 진출하면서 두테르테 정부의 주요 정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 처형과 인권침해 논란이 있는 마약과의 전쟁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2006년 폐지한 사형제 부활, 형사처벌 연령 하향 등을 추진 중이다. 대통령 6년 단임제를 내각제로 전환하고 연방제를 도입하는 개헌도 진행하고 있다. 연방제로 바꾸면 4년 중임이 가능한 대통령이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고, 총리가 행정 수반을 맡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권탄압과 막말 논란 등으로 국제사회에선 비난을 받고 있지만 필리핀 국내에선 지지율이 70%에 육박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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