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은이/김형호 기자 ]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이 꽉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한 해법을 놓고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다.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 형식이다. 청와대의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간 회동 제안에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와의 1 대 1 회담을 고수하고 있다. 회담 형식을 둘러싼 줄다리기 배경엔 청와대와 한국당의 정치적 셈법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담 형식 두고 ‘평행선’ 대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황 대표의 1 대 1 회동 역제안에 대해 “원래 5당 대표들과의 대화는 여러 가지 과제를 가지고 심도 있는 대화를 하자는 뜻”이라며 “1 대 1 대화는 별도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한국당은 이제 그만 떼를 쓰고, 국회 정상화에 협조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반면 한국당은 문 대통령과의 1 대 1 회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 대 1 대화로 진지하게 논의해야지 과거와 같은 보여주기식 회담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전날에는 “야당대표들을 들러리 세우겠다는 발상부터 고쳐야 한다”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회담 형식을 두고 청와대와 한국당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모양새다.
청-한국당 주파수 다른 이유는
회담 형식을 두고 청와대와 한국당 간 벌어지고 있는 줄다리기 이면엔 정치적 셈법이 있다는 분석이다. 황 대표로선 1 대 1 회담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다. 김영삼 정부 때는 김대중 당시 민주당 총재가, 김대중 정부 때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회담 상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1 대 1 회담을 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과 황 대표가 단독회담을 하는 모습이 노출되면 황 대표로선 야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1 대 1 회담을 고집하고 있는 게 장외투쟁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언제까지 투쟁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수용하는 명분으로 국회에 복귀하는 모양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지금 상황에서 황 대표와의 1 대 1 회담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결국 황 대표만 띄워주는 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5당 다당제 체제에다 문 대통령도 여당 대표가 아닌데 1 대 1 회담을 하자는 것은 대화를 위한 회동보다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수회담이라는 표현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과거 영수회담이 큰 역할을 했던 시절은 대통령이 당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고 야당 대표도 당에 권한이 강해 둘이 만나 담판을 지을 수 있는 양당체제였지만 다당체제인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여·야·정 협의체도 두고도 간극
문 대통령이 제안한 5당 여·야·정 협의체를 두고서도 청와대와 한국당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여·야·정 협의체부터 조속히 개최하길 기대한다”고 했지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5당이 아니라 원내교섭단체 3당 협의체여야 한다”며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을 제외한 한국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3당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당이 추경과 국회 현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답을 하면 교섭단체 3당만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건의해보겠다”고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임기 종료(5월 말)를 생각하면 이번주 안에는 국회가 정상화되고 추경을 다뤄야 한다”며 “민생을 위해 국회로 돌아와달라고 한국당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5당 협의체를 가동한 뒤 황 대표와의 1 대 1 회담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고은이/김형호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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