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일 기자 ] 정부가 38조원 규모 국내 사모 부동산 펀드의 보유 토지에 대한 재산세 분리과세 혜택을 폐지키로 해 연간 수천억원의 세금 폭탄이 우려된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5월 13일자 A1, 3면)가 나가자 행정안전부가 해명 자료를 내놨다. 사모 부동산펀드가 내야 할 추가 세금은 연간 700억원 정도에 그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부동산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재산세율 인상과 추가되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고려하면 추가 세 부담은 정부 발표치의 두 배가 넘는다”고 했다. 세무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근거로 한 추정이다.
이처럼 예상치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이유는 추정 근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금 부과 대상인 국내 부동산펀드의 순자산 38조원을 펀드가 보유한 ‘전체 부동산(토지와 건축물 합계)의 시가’로 봤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펀드가 보유한 빌딩 등 부동산 시가는 80조원이 넘는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대부분 부동산 펀드가 60% 안팎의 대출을 끼고 자산을 매입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중 토지 비중이 낮기 때문에 실제 늘어나는 세액은 많지 않다는 정부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물과 토지 가운데 건물은 매년 감가상각되기 때문에 수십 년 된 빌딩은 토지가 부동산 가액의 7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재산세 세율이 0.24%에서 0.48%로 높아지더라도 고가 누진 구간에만 높은 세율이 적용돼 부담이 적다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 재산세 과표 최고 구간은 ‘10억원 초과’이기 때문이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토지 가액 가운데 10억원 초과분은 모두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의미다.
정부가 사모 부동산 펀드의 분리 과세를 없애기로 하면서 “소수의 부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이유를 달자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부동산 펀드 투자자 대부분은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연기금과 공제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예상하는 추가 세 부담 규모마저 업계와 큰 차이를 보이자 “정부가 준비 부족을 스스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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