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석 뜻하는 '콕핏' 집무실에
'디지털 익스플로러'란 명패 걸어
스타트업과 교류…새 사업 구상
[ 정지은 기자 ] 이대훈 농협은행장(사진)이 다음달 중순부터 1주일에 한 차례 서울 양재동에 있는 NH디지털혁신캠퍼스로 출근하기로 했다. 은행장이 본점이 아닌 다른 곳에 집무실을 마련하고, 매주 그 집무실에 근무하러 가는 건 이례적이다.
14일 농협은행에 따르면 이 행장은 최근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디지털 콕핏’이라는 이름의 집무실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디지털 사업의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는 전략에서다.
“농협은행 하면 ‘디지털 1등 은행’을 떠올릴 정도로 디지털 사업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게 이 행장의 생각이다. 이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앞으로 은행의 경쟁력은 디지털 금융기업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발굴해 ‘디지털 전문은행’을 목표로 비대면 채널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했다.
NH디지털혁신캠퍼스는 농협금융이 디지털 금융그룹이 되겠다며 지난달 조성한 ‘디지털 특구’다. 이곳엔 농협은행의 디지털 연구개발(R&D) 직원 20명이 근무한다.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33개도 입주해 있다.
이 행장의 집무실을 디지털 콕핏으로 명명한 데는 이유가 있다. 콕핏(cockpit)은 비행기 조종석을 뜻한다. 이 행장이 직접 디지털 전략과 방향을 협의하고 조종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행장은 이곳에서 디지털 관련 결제 및 업무보고를 받고, 나머지 시간에는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에 책상만 가져다 놓고 일할 계획이다. 이 책상엔 ‘디지털 익스플로러’라는 명패를 붙이기로 했다. ‘디지털 탐험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뜻이다.
이 행장은 아무리 바빠도 매주 최소 반나절 이상은 이곳에 머무를 계획이다. 직원들과 수시로 자유 토론을 하며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 사업화에 나설 생각이다. 또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 사업에 관한 의사결정 속도가 훨씬 빨라질 전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분야에선 5분, 10분 먼저 시작하느냐로 경쟁력 격차가 벌어진다”며 “다양한 방면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일하는 분위기도 차별화할 방침이다. 이 행장은 NH디지털혁신캠퍼스로 출근할 때는 정장을 벗고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할 계획이다. 격식을 따지지 않고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직원들과 의견을 주고받겠다는 취지다.
회의 및 토론을 할 때 종이문서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태블릿PC 등을 기반으로 전자회의를 하는 식이다. 서대문 본점에 급한 일이 생기면 화상회의를 통해 중요 의사결정을 챙기기로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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