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썰쩐] (20) "정기예금보다 좋은 채권…지금은 '색동이' 주목"

입력 2019-05-15 08:32   수정 2019-05-29 11:14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




"혹자는 채권을 보고 '어둠의 자식'이라고 합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채권이 강세를 보여서죠. 아직은 아니지만 경기확장 국면이 끝나면 채권 투자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합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사진)는 30년 동안 채권에만 몰두해 온 '채권쟁이'다. 그는 금융투자업계에 들어와 삼성자동차와 대우그룹의 부도, 하이닉스반도체의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등을 경험했다. 일련의 사태들을 통해 채권의 매력과 중요성을 알게됐다.

채권은 그를 투자자문업계 1위 기업의 대표로 만들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채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운용자산 200억→3조3000억원, 10년 만에 165배"

김 대표는 1987년 LG상사 국제 금융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LG상사의 해외 현지 법인들이 자금을 모으는 것을 보증하는 업무를 했다. 이후 1988년 유화증권, 1994년에는 조흥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력을 쌓아갔다. 조흥증권 자회사였던 조흥투자신탁에 채권운용팀장으로 약 10년간 있었다. 동양투자신탁과 아이투자신탁에서는 채권본부장을 맡았다.

1988년 친구가 한국은행에서 채권을 배워왔는데 앞으로는 채권이 유망하다고 했습니다. 책을 통해 채권을 공부했고 이후 옮긴 증권사에서는 양도성예금증서(CD) 관련된 일을 하면서 조금씩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죠."

증권사와 투신사를 거쳐오면서 경제사에 이름을 올릴만한 일련의 사건을 겪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1999년 삼성자동차와 대우그룹의 부도, 2000년대 초반 하이닉스반도체의 워크아웃, SK글로벌(SK네트웍스의 전신)의 분식회계 사건,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이 일어났다.

회사 설립의 도화선은 2005년도에 읽은 '캐피탈'이다. 미국 가치투자 자산운용사인 캐피탈그룹을 다룬 이 책을 읽고 감명 받은 김 대표는 지금의 한국채권투자자문을 세웠다.

2010년 설립 당시 총 운용자산은 200억원, 인원은 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채권투자자문은 자문업계 독보적 1위다. 운용자산은 3조3000억원으로 투자자문 자금 2조7000억원, 투자일임 자금 6000억원이다. 2위인 케이원투자자문과는 약 1조원 정도 차이난다. 총 인력은 15명이다. 약 10년동안 운용자산은 165배 불었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다는 채권의 매력이 운용자산 증가를 도왔다는 설명이다.

"채권이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꾸준히 준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실력을 키워 시장에 회사를 조금씩 알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유명해졌죠. 채권의 수익이 꾸준한 것처럼 운용자산 역시 시간을 두고 차츰차츰 쌓여갔습니다."

◆"채권, 이율 높은 정기예금…금리 동향 주시해야"

채권은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이 자금이 필요할 때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 증서다. 채권 투자자는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일정수준의 원금과 발행 당시 약속한 이자를 받는다. 정기예금과 비슷한 구조지만 정기예금보다 대체로 이자가 높고 만기 이전에 거래가 가능하다. 거래시 매입가격에 따라 손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정기예금과 다른 점이다.

"채권은 정기예금과 비슷합니다. 영어로는 픽스드인컴(Fixed Income), 즉 고정수익이죠. 이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오늘 채권을 사면 만기에 얼마가 들어올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매매를 염두에 둔다면 매수 가격이 중요하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은 내린다. 예를 들어 연이율 5% 채권에 투자하고 1년 뒤 기준금리가 올라 연 10%짜리 채권이 나오면 이전에 샀던 연 5%짜리 채권의 매력이 낮아진다. 이에 따른 매도 수요 때문에 가격이 내려간다.

채권 투자에 있어서는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을 뜻하는 '듀레이션'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도를 측정하는 수단이어서다.

"지렛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지렛대가 길수록 짧은 쪽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반대편의 움직임은 상당히 크죠.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듀레이션도 큽니다. 듀레이션이 10이라면 금리가 1%만 움직여도 채권 가격이 10%, 듀레이션이 20이라면 20%가 하락합니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 민감도가 크다는 의미죠."

현재의 상황에서는 만기가 긴 장기물 투자는 피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장단기 채권금리 축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물론 한국 국채의 3년물 금리와 30년물의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 통상적으로는 30년물 금리가 훨씬 높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금리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30년물을 사면 '대박'이 나겠지만 반대로 금리가 올라가면 낭패를 본다"며 "때문에 적절한 투자법은 위험이 큰 장기채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경기침체 없을 것…재정정책 결과봐야"

채권의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다. 발행자가 국가부터 회사까지 여럿이어서다. 경제 물가 환율 등 거시경제의 영향은 물론 산업의 전망,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탈) 등이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가 경기 확장국면 후반부(레이트 사이클·Late Cycle)에 접어들면서 경기 침체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와 장단기 국고채 금리차 축소 등이 레이트 사이클을 암시하는 신호다.

김 대표는 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완화(QE) 등의 종료로 통화정책을 이용한 경기부양 국면은 끝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미국의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투자, 중국의 일대일로 등 각국의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으로 끌어올린 경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세계 경기가 확장 국면 후반부에 놓인 것은 사실이나 급격한 위축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인프라 재건에 2조달러(약 2330조원)를 투입하기로 했고 중국은 각종 부양정책과 함께 일대일로 전략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정책의 결과가 드러날 시점이 중요하다. 인프라가 만들어지는 동안은 경기가 유지되겠지만 완성 이후에는 점차 동력이 줄어들어서다.

김 대표는 "사회간접자본 등에 투자가 이뤄지면 적어도 5~10년 후가 중요하다. 건설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경기가 높게 유지되겠지만 건설된 도로와 철도 등에 대한 이용률이 낮으면, 경제를 끌어올릴만한 동력이 없어 경기는 빠르게 식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경기가 빠르게 식어갈 때 적극적으로 채권 투자를 고민하라고 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자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채권은 강세를 보인다.

그는 "채권을 '어둠의 자식'이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자금 조달의 수요가 높아지고 채권 발행이 늘어난다. 그리고 자금이 필요한 곳은 경쟁자들보다 먼저 자금을 조달 받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한다. 채권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인 것이다. 채권 투자의 시점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채권 투자에 '대박'이 있다면 경기가 침체되고 회복되기 전이다. 그 시기가 오면 혼신의 힘을 다해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색동이' 유동화증권 주목할 때"

김형호 대표는 채권투자의 장점은 '복리효과'라고 단언했다. 연 수익률 7.2%의 채권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1년 후에는 107만2000원이 되지만, 2년차부터는 이자가 원금으로 더해져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10년 차에는 205만원(제세금 제외 기준)으로 두 배 이상이 된다.

"채권은 복리효과를 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처음 목돈을 모으는 게 어렵지 일단 모으면 불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죠. 30년간 여의도에 근무하면서 내로라는 주식쟁이, 채권쟁이들을 많이 봤지만 지금까지 채권쟁이들이 월등히 많은 자산을 형성했습니다. 채권 투자는 가치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식이 2000여개인데 반해 채권은 4만여개에 이른다. 그만큼 안전한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

"모든 채권은 0과 1입니다. 아무리 우량한 회사여도 부도가 나버리면(0), 채권은 휴지조각이 되죠. 반면 부도만 나지 않는다면(1) 언제라도 수익을 가져다 줍니다. 신용 위험 등을 따져 부도가 나지 않는 상위권 종목에 투자해야 합니다."

지금 채권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면 유동화증권(ABS)에 주목하라고 했다. 유동화증권은 매출채권 등의 유무형 자산을 기초로 발행한 증권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채권 유동화증권인 '색동이'를 추천했다. '색동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에 따라 발생할 미래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유동화증권이다.

현재 색동이 채권은 제14, 17~23차 등 8개가 있다. 각자 담보 자산은 모두 다르다. BC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카드사를 통해 발생할 항공권 매출 및 화물운임 등이다.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어 안전성이 담보된다는 설명이다. 파산 가능성이 낮은데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거래가 가능해 환금(換金)성도 갖추고 있다.

김 대표는 "색동이는 아시아나항공이 영업을 하면 원리금을 받는데 문제가 없다"며 "또 발행차수별로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1~2% 높아 매력적"이라고 했다.

주식 관련 사채인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하는 것도 추천했다. 그는 "CB는 공모가 나올 때마다 청약을 넣어서 매수하면 된다"며 "평소에는 채권의 역할을 하다가 주가가 올라가면 전환해 자본차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상승시 채권 가격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전환하지 않고 CB로 팔아도 상당한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채권 투자의 기본은 채권과 금리의 상관관계를 익히는 것이다. 특히 개인은 국고채보다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 재무제표를 보는 능력을 기르라는 당부다.

"채권 투자를 할 준비가 됐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금리와 채권의 상관관계, 투자 수익률에 대해 확실하게 짚어야 하죠. 특히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기업의 현 상황을 알려주는 재무제표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회사의 모든 정보는 재무제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기업 구조조정제도, 즉 워크아웃과 회생절차에 대해 공부를 해두면 채권 투자를 하는데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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