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두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對)중국 정책을 준비할 때 역사가 자신에게 쳐놓은 두 개의 중요한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했던 충고다. 상대가 너무 강해져서 생기는 위험이나 덩치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경계하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위험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이는 신흥 강국이 기존 패권 국가의 지위를 위협할 때 생기는 대결 국면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 아테네(신흥 세력)와 스파르타(지배 세력)의 전쟁 원인을 설명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저자 투키디데스 이름에서 따왔다. 미국이 보호무역 조치로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이 ‘보복 카드’로 맞서는 현재 모습이 그때와 닮았다.
두 번째는 ‘킨들버거 함정’이다. 신흥 강국이 기존 패권국만큼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때 파생되는 재앙을 의미한다. 찰스 킨들버거 전 MIT 교수가 《대공황의 세계 1929~1939》에서 “기존 패권국 영국의 자리를 차지한 미국이 신흥 리더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해 대공황이 생겼다”고 설명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국제무역 규모가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미국과 중국은 다른 분야에서도 잇단 파열음을 내고 있다. 첨단업종의 지식재산권과 산업 스파이 논쟁을 부른 기술 전쟁, 원유와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쟁,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강행에 따른 경제영토 갈등 등 곳곳에 함정이 많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불투명한 통계·회계 등 다른 요인도 맞물려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 둔화의 피해를 가장 크게 걱정해야 할 나라는 한국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중 수출은 전체의 26.8%에 이른다. 무역분쟁이 심해지면 중간재 수출만 연간 1조원어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강경책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미국과 중국이 협조적인 경쟁 관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당분간 미국을 능가하기 어려운 데다 다른 국가들도 미·중의 ‘평화공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최근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약점 역시 간과돼선 안 된다”면서 “다만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강해짐에 따라 미국도 힘을 공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사는 늘 “함정을 조심하라”고 가르친다. 몸집이 크든 작든 지혜롭게 함정을 건너는 방법은 스스로 체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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