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정보통신보호' 국가비상사태 선포…中 화웨이 정조준

입력 2019-05-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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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치닫는 G2 무역전쟁
(3·끝) 시계질서 재편 놓고 대립



[ 주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정보통신산업 보호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기업이 중국 화웨이 등과 거래하는 걸 막아 ‘5세대(5G) 통신망 전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기업들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 기술·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이 행정명령은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위협에 대응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의 국가안보와 미 국민의 보안·안전에 위험이 되는 거래를 금지할 권한을 상무장관에게 위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는 다른 부처와 함께 150일 이내에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행정명령에 특정 국가나 특정 기업을 적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가 주타깃이란 게 중론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행정명령으로 5G 통신망을 둘러싼 (미·중의) 지배력 전투가 한층 고조됐다”고 진단했다.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서명 직후 화웨이와 70개 계열사 등을 미 정부 허가 없이는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는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법무부가 지난 1월 화웨이와 계열사들이 이란에 불법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통신장비를 미국에 파는 것뿐 아니라 미국 기업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기도 어려워지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는 장치)를 심는 방식으로 중국 정부가 스파이 활동을 벌일 수 있다고 의심해왔다.

화웨이와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조치에 강력 반발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가 중국 회사에 일방적인 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날 행보는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뿐 아니라 첨단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수입차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하고 유럽연합(EU), 일본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최장 180일 미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는 ‘확전’, EU와 일본 등 동맹과는 ‘휴전’을 택한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추가 갈등을 피해야 한다는 관료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미국은 또 캐나다, 멕시코와의 ‘철강·알루미늄 분쟁’도 해결을 서두르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해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관련) 멕시코, 캐나다와의 양해(각서 합의)에 근접했다고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책을 찾도록 재촉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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