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만큼 돈 쌓은 기업…錢株 조정장에서 돈 된다

입력 2019-05-16 17:36  

배당여력 크고 주가방어 유리
M&A시장서 싼 매물 확보 가능



[ 송종현 기자 ]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유동자산(1년 이내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이 많은 자산주로 투자자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동자산이 많은 종목은 조정장에서 버티는 힘이 강한 특징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경기 둔화, 금융시장 불안 등의 요인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싼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불확실성 장세 지속

16일 코스피지수는 25.10포인트(1.20%) 떨어진 2067.68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6일 2248.63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이날까지 8.04%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이 만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전까지는 증시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유가증권시장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85배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0.80배 밑으로 내려간 적은 없다”며 “다음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무역전쟁 매듭을 풀 때까지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낙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어서 미·중 무역협상 결과와 관련해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지금은 특정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철저한 개별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분석을 통해 투자 대상을 골라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현금이 시총 수준에 이른 기업들

이런 가운데 “현금을 많이 보유한 자산주에 주목하는 것도 좋을 것”이란 조언이 나온다. 주로 적정 가치보다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기를 즐기는 가치주 투자자들 견해다.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은 “유동자산을 많이 확보한 기업은 배당 여력이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배당으로 일정 수익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고, 성장성까지 뒷받침된 종목은 변동성 장세에서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 잔액을 더한 보유 현금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자산 총계 대비 보유 현금 비중이 높은 곳은 모토닉(69.2%) 신도리코(66.9%) 티웨이항공(59.8%) 잇츠한불(59.2%) CS홀딩스(45.8%) 등이다. 시가총액 100위 이내 대형주 가운데엔 삼성SDS(45.8%) 네이버(38.1%) 삼성전자(28.3%) 비중이 컸다.

이 가운데는 보유 현금이 시가총액보다 많거나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자동차 부품 기업 모토닉의 작년 말 기준 보유 현금은 3007억원으로,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3960억원)의 75.9%에 달하는 수준이다. 저평가된 한국 주식에 적극 투자하는 성향을 보이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매니지먼트앤리서치컴퍼니는 이 회사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다.

신도리코가 보유한 현금은 6362억원으로, 3471억원인 시가총액보다 1.8배 많다. 삼영전자(보유 현금 2309억원) 삼호(3440억원) 티웨이항공(2577억원) 등은 보유 현금 규모가 시가총액에 근접한 종목이다.

“성장성도 함께 봐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유 현금 규모만 보면 안 되고 해당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추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안전마진 확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인 채권수익률 이상의 꾸준한 이익수익률(세전영업이익/기업가치)을 창출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산 총계에서 보유 현금 비중이 20%를 넘는 기업 중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넷마블(56.9%) HDC현대산업개발(48.7%) 더존비즈온(17.4%) 애경산업(17.2%) 롯데정보통신(14.6%) 등이다. 이 중 넷마블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각각 넥슨, 오크밸리 인수전에 최근 뛰어들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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