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경 기자 ] ‘0.98’.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이다.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한 명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1.0 이하로 내려간 건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다. 하지만 출산은 물론 결혼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내건 출산보건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필요한 건 아닐까.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은 출산율 제로 시대의 원인과 해결책을 인간의 본성, 사회시스템 변화 등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 진화학자 장대익 서울대 교수, 동물학자 장구 서울대 교수, 행복심리학자 서은국 연세대 교수, 임상심리학자 허지원 중앙대 교수,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역사학자 주경철 서울대 교수가 각자의 관점으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한다.
저출산의 원인은 진화심리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모든 생명체의 진화적 목표는 생존과 재생산(번식)이다. 그런데 주변 환경이 경쟁적이면 번식을 늦추려 한다. 그런 환경에선 자손의 번영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저출산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응하는 인간이 합리적으로 선택한 결과인 셈이다. 장대익 교수는 “저출산 대책은 이런 분석 없이 청년들의 복지 확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경쟁에 대한 심리적 밀도를 줄여야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키워드 1위는 ‘독박육아’다. 송 부사장은 “집합적인 숫자와 통계만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아이를 키울 때 느끼는 무게를 줄여주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도 눈여겨봐야 한다. 프랑스는 결혼과 미혼의 중간 상태인 ‘동거(코아비타시옹)’를 제도적으로 인정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주 교수는 “새로운 제도와 도덕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유연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영태·장대익 등 7인 지음, 김영사, 232쪽, 1만58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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